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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선이어폰 건강 논란…공대·생물학 교수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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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어폰 발암 가능성’ 보도 뒤 정정보도

전자파 위험 호소 과학자 250명 중 한국 15명

채권석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

“아직 충분하게 연구·검토되지 않아…

무선 제품 꼭 쓴다면 제한적으로 써야”

유일한 ‘공대’ 서명한 김윤명 교수

“안전기준 이하 연구하다 메스꺼움…

장시간 노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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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어폰 에어팟을 쓰면 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팩트 체크 결과, 사실이 아니다.’

이달 중순, 국외 언론을 타고 ‘에어팟 사용시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기사가 여럿 나왔다. 무선이어폰이 대중화된 터라 소비자들 불만이 높아졌다. 며칠 뒤 ‘발암 경고 기사가 잘못 됐다’는 정반대 기사가 뒤를 이었다. “(무선이어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김치에서 나오는 전자파 수준”이라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다. 제조사들은 안심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무엇이 진실일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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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비영리단체 ‘이엠에프(EMF)사이언티스트’가 과학자 250여명의 서명을 받아 에어팟의 발암 가능성을 경고하는 호소문을 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이들이 경고한 것은 스마트폰 등 다수의 무선기기들이었지, 애플 에어팟을 특정하지 않았다. 시점도 지금이 아니다. 이 경고는 2015년 처음 나온 뒤, 올해 1월 업데이트 됐다. 250명의 과학자 중 자신이 이름을 올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도 꽤 있다. 무선이어폰이 발암 확률을 높인다는 것도 성급한 보도에 가깝다. 무선이어폰 등 무선기기 사용은 “생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곧바로 발암으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아직 있지 않다. 국내 전자기기의 안전검증을 맡은 전파연구원도 “무선이어폰의 발암 가능성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도가 틀렸다고 해서, 무선기기를 무조건 신뢰해서 써서는 안된다고 여러 과학자들은 말한다. 기준치 아래에 있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합의된 안전 기준일 뿐이지 절대적인 안전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250여명의 과학자 중 한국 과학자는 15명이다. 그 중 두 명의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김윤명 단국대 공대 교수와 채권석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다. 두 사람은 전공이 다르지만 “절대적인 안전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공대 교수인 김 교수는 기준치 아래 전자기파 실험을 하다 어지럼증을 느낀 경험이 이런 호소문에 동참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채 교수는 무선기기 안전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지만 제조사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휴대전화 사용 인구는 5천만명이 넘고, 무선이어폰 사용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아래는 두 사람의 인터뷰 전문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 채권석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

한겨레

▲ 애플 에어팟, 삼성 갤럭시버즈 등 무선이어폰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은 우리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가요?

“위 예의 특정 회사, 특정 제품의 전자기장의 우리 건강에 대한 위해성에 대해 본인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

▲ 이 제품들은 국내외 정부가 정한 전자기장 안전 기준치 아래에 있습니다. 이 기준치 아래에 있다는 것이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나요?

“시중에 유통되는 이들 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의 세기가 국내외 정부가 정한 전자기장 안전 기준치 아래에 있는 것이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 기준치는 어느 시점에 사회적 절차에 따라 도달한 그 당시의 기준치일 뿐이지 그 자체로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 기준치가 충분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포함한 전문가의 견해를 언제나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최근 무선 전자 제품이 늘면서 전자기장이 생활 곳곳에 쌓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각계각층의 연구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연구 및 검토를 최근에 시작했거나 이미 어느 정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 생각에, 하지만 아직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되지 않은 가운데 이들 무선 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런 전자파 환경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써는 불명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생활 습관을 가져야 무선 전자 제품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현재 상황이 위에 본인이 언급한 바와 같다고 본다면, 현실적으로는 다양한 무선 전자 제품을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견해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주의(Precautionary Principle)’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 EMF사이언티스트가 낸 성명은 2015년 5월 처음 나온 뒤, 올해 1월1일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당시 교수님이 이 호소문에 참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의 질문들에 대한 본인의 답에 저의 기본적인 입장이 어느 정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주파수의 전자기장이 사람 및 다른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2015년 당시나 그 후 현재까지도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한편, 현실에서는 점점 급속히 그리고 광범위하게 새로운 전자파 환경이 우리 주변에 형성되고 있습니다. 본인이 서명한 이유는 이러한 전자파 환경에 의한 인체 위해성에 대해서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적인 기구를 통하여 일반인 및 전문가 그룹의 관심과 필요한 조치를 촉구할 필요가 매우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국내외의 관련 학회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된 바와 같이, 예를 들면 휴대폰 사용과 발암 가능성에 대한 역학조사 연구를 위해서는 개인별 통신 정보가 개인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당 통신회사로부터 제공되는 것이 거의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통신회사의 비협조 및 관련 제도, 법규의 미비로 연구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 성명을 낸 지 4년이 흘렀는데, 취지가 달성되었다고 보시는지요?

“결론적으로, 아직 그 취지는 충분한 정도로 달성되지 않았고 이 상황은 국내외 모두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합니다.“

▲ 4년 전 낸 성명이 최근 다시 인용되는 데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15년 당시 성명서를 현재 시점에 언론 보도에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몇 가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그 당시 성명서에 서명한 전문가들 사이에도 그 당시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적으로 인식하는 내용과 그 정도에는 개인별 차이가 있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객관적인 전자파 환경도 그 당시와 현재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오래전에 서명한 자료를 상당한 기간 이후에 사용하는 것은, 과거에 서명한 개인들에게 ‘동의’ 여부를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성명서의 취지가 현재까지 충분히 달성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 성명서에 담겼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아직도 분명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윤명 단국대 공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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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에어팟, 삼성 갤럭시버즈 등 무선이어폰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은 우리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가요?

“애플 에어팟에서 발생되는 전자기장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것은 기자의 잘못된 생각으로 작성된 보도입니다. 우선 에어팟이나 갤럭시버즈에서 발생되는 최대 전자파의 양이 얼마인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그러한 평가 없이 무선으로 작동되니까 위험하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습니다.”

▲ 이 제품들은 국내외 정부가 정한 전자기장 안전 기준치 아래에 있습니다. 이 기준치 아래에 있다는 것이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나요?

“정부의 안전기준치란 것은 현재까지 밝혀진 지식의 범위 내에서 여러 사람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때에 안전하다는 것이지, 영구불변의 안전기준치는 아닙니다. 안전기준치란 행정적 관리(규제)를 위하여 방편적으로 정한 것이지,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영원히 완전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safety factor (or reduction factor)를 도입하여 안전기준을 또 한 단계 더 내리기도 합니다만, 그렇다 하여도 그 안전기준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안전기준치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완벽하게 안전함을 보장하려면, 현재의 안전기준을 1/100 이하쯤으로 내려야만 할 겁니다. 물론 이에 따라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좀 올라갈 것입니다.“

▲ 최근 무선 전자 제품이 늘면서 전자기장이 생활 곳곳에 쌓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현재 무선정보통신제품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각 제품마다 전자파 안전을 고려하고 시험을 하기 때문에, 지금의 지식범위 내에서는 인체건강에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객관적으로 확실한 위험성이 있는 것은 없습니다.”

▲ 어떤 생활 습관을 가져야 무선 전자 제품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혹 나중에 현존하는 IT 기기로부터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자파가 방출되는 기기로부터 약간이라도 거리를 두고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큽니다. 그리고 근접하여 사용하는 시간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EMF사이언티스트가 낸 성명은 2015년 5월 처음 나온 뒤, 올해 1월1일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당시 교수님이 이 호소문에 참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강한 극저주파 발생장치를 만들고, 그 장치를 측정하는 일을 할 때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을 느꼈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같이 일하던 연구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세기는 안전기준 이하였습니다. 그래서 현존하는 안전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서명을 하게 된 겁니다. 즉 장시간 노출에 대한 어떠한 고려사항도 없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혹 와전이 되어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상당히 미약한 전자기장에서 나의 생각을 왜곡하여 주장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워낙 억지 주장들을 많이 하니까요.”

▲ 성명을 낸 지 4년이 흘렀는데, 취지가 달성되었다고 보시는지요?

“전자기장의 인체 안전기준은 매우 보수적입니다.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극저주파에 대한 ICNIRP 안전기준은 오히려 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 4년 전 낸 성명이 최근 다시 인용되는 데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학을 하는 사람이 거기에 동의를 한 한국 사람은 저 혼자 뿐입니다. 그 성명에 동의를 한 한국사람들이 많던데, 거의 의학이나 생물학, 환경학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더군요. 제가 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그 당시에 좀 용기를 내서 동의하는 쪽에 섰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그 활동이 유야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다시 통계적 집합이 되어 그 속에서 제 이름이 실린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이참에 강한 극저주파 자기장에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될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의학적으로 밝혀보고 싶습니다. 물론 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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