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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출연료 1만원` 배우 모집공고 시끌…"의도치 않은 갑질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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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A 대학교 학회 학생들의 배우 구인 공고를 지적하는 게시물 [사진 출처 = 페이스북 캡처]


서울 A 대학교 학회 학생들이 한 배우 구인 사이트에 올린 공고가 이른바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일 A 대학교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적은 인건비를 내세워 배우를 구하는 한 대학생들의 공고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A대 어느 학과 어느 학회에서 배우 구인 사이트에 글을 올리신 걸 보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회당 1만원에 구하더라"라며 "촬영해보신 분들 알겠지만 보통 한 회차에 아무리 못해도 3~4시간은 기본으로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으로 사람을 반나절 쓰면서 겨우 돈 1만원으로 배우라는 전문인력을 구하시려는 거냐"며 "정말 이걸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올리신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질타에도 페이를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함께 성장할 배우를 구한다고 하는데, 여러분도 꼭 취직하셔서 함께 성장해보자는 의미로 하루에 1만원 받고 일하시길 바란다"며 "부끄러운 줄 아시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A 대학교 학생들은 '회당 1만원(총 4회)', '오전부터 오후 8시까지 촬영', '2~3회 추가 촬영 가능성 있음' 등의 조건을 달아 학회에서 제작할 영상에 출연할 배우를 모집했다. 이들은 공고를 통해 "많은 페이를 지급해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페이가 부족한만큼 배우분과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좋은 작품 만들어나가고 싶다"며 "함께 성장해 나갈 배우분을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공고를 본 일부 배우 지망생과 관련 전공 학생들은 급여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과 함께 열정페이가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학생 신분임을 고려하더라도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제시하는 급여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 최저시급조차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해당 사건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A 대학교 학회 측에서 배우들의 노력과 열정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 여론이 우세했지만, 일각에서는 출연을 강요한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배우로 활동 중이라는 한 누리꾼은 "요즘 이런 식의 공고가 너무 많이 올라온다. 이런 부류의 글이 계속 올라온다면 평균 단가라는 게 정해질 것이고, 우리들은 아마 날이 지날수록 적은 페이의 일을 하게 될 것이다"라며 "우리도 생계를 이어 나가고 싶고 금전적 이유로 소중한 꿈이 멀어지는 게 무서운 인간이다"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배우 지망생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또 다른 누리꾼은 "본인들이 만드는 드라마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적어도 배우 최저시급은 맞춰야 한다"며 "섭외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 제작진들이 합심해서 알바 하루하고 페이 챙겨줄 생각을 해라"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학회의 대표직을 맡은 B씨는 최근 해당 사건을 지적한 페이스북 게시물의 댓글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B씨는 "최근에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비판해주신 지점에 대해 너무나 동의하고 있으며, 저희도 언제나 마음이 무거웠던 부분이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적은 액수를 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제작하고자 하는 영상이 수익 목적이 아니라는 점, 재정적인 지원이 전무해 촬영비를 학생들이 일체 부담하고 있다는 점 등 적은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란을 통해 저희의 여건만을 강조하며 배우분들께 의도치 않은 갑질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느끼고 있으며, 너무나 부끄럽다"며 "드릴 수 있는 것이 짧은 포트폴리오와 경험밖에 없음이 죄송스럽고, 그렇기에 더 좋은 작품을 남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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