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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기로에 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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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얼굴을 맞댔다가 결렬로 헤어진 2차 회담 이후 서로 탐색전만 오가는 상황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북한이 ‘완전 비핵화’를 표방하면서도 경제제재 부분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다. 비핵화의 수준에 있어서도 미국 측과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미국 측의 의향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나와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훌륭하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그러나 그가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혔듯이 미국의 입장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굿 이너프 딜’ 방안을 물리친 데서도 그의 의중이 확인된다. 북한이 일괄타결식 ‘빅딜’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미 간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걱정이다. 금강산 관광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카드로 제시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려던 나름대로의 구상이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이제는 북한 측으로부터도 “협상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며 자기 편에 서줄 것을 요구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조만간 평양에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지금 단계에선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은 북·미 중재에 나서기보다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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