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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세기의 골프 아이콘에서 추락한 영웅으로... 그리고 다시 일어선 타이거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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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타이거 우즈가 15일 막을 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14년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뒤 캐디 조 라카바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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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14년만에 오거스타에서 다시 우승하는 모습은 골프 사상, 아니 스포츠 사상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을 생각한다면요."

‘골프 황제’ 우즈(44·미국)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제패하고 두 팔을 힘껏 들어올리는 순간 현지 중계 방송 아나운서와 캐스터는 감동적인 멘트를 이어갔다.

오거스타 내셔널 18번홀을 가득 메우고 "타이거"를 연호하는 팬들의 모습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자신의 눈으로 목격한 이들의 감동과 기쁨, 놀라움이 배어있었다. 우즈는 아들 찰리(8), 딸 샘(10)에 이어 어머니 쿨티다를 포옹하면서 감격했다. 모든 사람이 그를 손가락질 하던 시절에도 이들 가족이 그를 지탱해준 힘이었을 것이다.

우즈는 이 시대의 골프 아이콘이자 도덕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바닥까지 추락했던 스포츠 스타였다.

베트남전에 그린베레로 참전했던 아버지 얼 우즈는 전우였던 베트남 친구의 이름을 따 아들을 ‘타이거’로 불렀다. 그리고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태국 출신 어머니 쿨티다는 말 그대로 ‘타이거 맘’이었다. 항상 이겨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즈의 상징이 된 일요일 빨간 셔츠의 마법도 승리의 행운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어머니의 권유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즈는 두 살 때 미국의 "마이크 더글러스 쇼(The Mike Douglas Show)"에 나가 골프 샷을 하고 5살때 골프다이제스트와 ABC의 ‘세상에 이런일이(That's Incredible)’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골프 신동이었다.
15세이던 1991년 US주니어골프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3연패를 차지했다. 그리고 94년부터 96년까지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사상 최초로 3연패를 이뤘다.

우즈는 1996년 "헬로, 월드!"라는 인사와 함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해 그해 2승을 올렸다.
우즈의 1997년 마스터스 우승은 골프 인기를 글로벌 차원으로 끌어올린 세기적 사건이었다. 대회 최저타(18언더파), 최다 타수 차이(12타)로 우승했다.
새로운 골프 황제 우즈의 등장과 함께 골프 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TV 시청률이 뛰어오르고 대회 상금이 순식간에 서너배 뛰어올랐다.

2000년 US오픈을 시작으로 디오픈, PGA챔피언십, 그리고 2001년 마스터스까지 4대 메이저 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한 ‘타이거 슬램’을 달성하는 등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성 시대를 열어 젖혔다.

2004년에는 스웨덴 출신의 모델 엘린 노르데그렌과 결혼했다. 딸과 아들을 낳아 부와 명성, 그리고 행복한 가정까지 모든 걸 가진 듯했다. 그러나 몰락은 한순간 찾아왔다. 2009년 ‘섹스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추수감사절에 불륜을 추궁하는 아내를 피해 자동차를 타고 달아나다 집 근처 소화전을 들이받고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우즈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십여명의 여성들이 타이블로이드 잡지 등을 통해 튀어 나왔다. 한순간 ‘변태 성욕자’로 추락했고, 이듬해 결혼 생활도 파탄을 맞았다.

섹스 스캔들이 잠잠해지가 이번에는 부상이 그의 길목을 가로막았다. 2008년 무릎 수술을 받았던 우즈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네 번이나 수술대 위에 누웠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2017년에는 집 근처에서 자동차 운전석에 약물에 취해 잠들어 있다 경찰에 체포됐다. 눈이 뀅한 상태의 ‘머그샷’(경찰이 피의자 식별용으로 찍는 얼굴 사진)은 ‘골프 황제’의 몰락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우즈가 다시는 우승하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우즈는 힘겨운 재활 시간을 거친 뒤 지난해 시즌 최종전이던 투어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황제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우즈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이고,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건 2006년 이후 14년 만이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통산 81승째이자 메이저 15승째를 달성했다. 최다 통산 승수에서는 샘 스니드(82승)에 1승, 메이저 우승은 잭 니클라우스(18승)의 기록에 3승 차이로 다가섰다.
우즈는 감격에 겨운 듯 18번 홀 그린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두 아이와 한참동안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그의 표정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우즈의 귀환은 끝모르게 추락하는 듯 했던 한 인간의 감동적인 재기 스토리였다. 조지아 파인이 늘어선 ‘깃대 꽂힌 천국’ 오거스타 내셔널은 이십대 청년 정복자였던 그가 20여년이 지나 머리 벗겨진 모습으로 아들 딸 손을 잡고 행복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대회가 끝나고도 좀처럼 떠날 줄 모르는 수만명 팬들이 끝없이 "타이거"를 연호했다.

/오거스타=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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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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