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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르셋 입던 디즈니 공주들, 이젠 파자마 걸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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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 특별展' 총감독 메리 월시

미키마우스부터 주먹왕 랄프까지… 디즈니 역사 담은 대규모 전시

"나이는 묻지 마세요. 디즈니 나이로 스물다섯 살입니다(웃음)."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리서치 라이브러리(ARL) 디렉터 메리 월시가 나이를 묻는 질문에 재치 있게 답했다. 디즈니에서 일한 햇수로만 25년째인 베테랑.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열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展)'을 위해 서울에 왔다. 그는 이번 전시 총괄 감독을 맡아 3일 전 입국했다.

1928년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디즈니의 아이콘 '미키 마우스'부터 1980~1990년 '디즈니 르네상스' 시기의 작품은 물론, 가장 최근작인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까지 약 90년에 달하는 디즈니 역사를 시기순으로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 2015년 중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일본에 이어 한국에 도착했다. 디즈니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의 핸드 드로잉, 콘셉트 아트, 3D 모형 등 50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올해 말 개봉하는 '겨울왕국 2' 스틸 컷도 두 장 공수해왔어요. 개봉 전에 제작자들이 자료를 내놓는 일이 없는데… 전례 없는 일이죠(웃음)."

조선일보

미키 마우스 모양으로 파인 벽 앞에 메리 월시 ARL 매니징 디렉터 겸 전시 총감독이 섰다. 그는 미키 마우스를 가리켜 “늙지 않는, 시간을 거스르는,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세기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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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면 디즈니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월시 감독은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는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산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 세기 동안 바뀌어 온 디즈니의 스타일 변화를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그의 관람 팁. 가령 '인어공주'(1989) 이후 디지털 컬러링 방식이 도입됐다. 손으로 직접 채색할 필요가 없어지자 애니메이터들은 환호했다. "일대의 진보이자 혁신이었어요. 창립자 월트 디즈니도 강조했듯, 디즈니는 초창기부터 예술성, 장인 정신 그리고 진보와 혁신을 중시했지요."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도 볼 수 있다. 디즈니 공주들이 코르셋과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편한 파자마를 걸치는 '주먹왕 랄프2' 속의 한 장면을 그려낸 드로잉이 대표적이다. "디즈니 공주에 대한 '오마주'이면서 그들의 색다른 면도 보여주고 싶었죠."

월시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로 '라이온 킹'을 꼽았다. 인터뷰도 그의 요청에 따라 전시장 내 '라이온 킹' 섹션에서 진행됐다. "라이온 킹 개봉 한 달 뒤에 입사했어요. 엄청난 흥행에 모두가 기쁨의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 들뜬 분위기를 잊을 수 없죠."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영화 세 편은 무엇이냐고 묻자 "제 자식 중 세 명을 고르라는 거냐"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의 종말이 와도 못 고를 것 같아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디즈니'라는 회사의 창조성에 매료돼 입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입사 직후 아티스트 채용 담당을 맡았고 이후 개발·프로덕션·관리·트레이닝 등을 거쳐 ARL에 안착했다. ARL은 6500만점 이상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화 자료를 소장한 곳. 일종의 사료실로, 약 25명의 직원은 디즈니 작품을 새롭게 활용하고자 하는 아티스트와 협업도 하고 이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출판, 영화, 연극계는 물론 심지어 놀이동산 관계자들과 만날 때도 있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제일 먼저 미키 마우스 모양으로 파인 거대한 벽을 만난다. 월시 감독이 말했다. "미키 마우스는 늙지 않아요. 시간을 거스르는 세기의 아이콘이죠.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디즈니 캐릭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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