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인공심장 만들고 죽은 뇌세포 회생...‘생명 시계’ 되감기 가능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뇌에 혈액을 공급할 심장이 없는 상태에서 죽은 뇌세포가 일부 되살아났다. 지구 반대편 이스라엘에서는 실제에 가까운 심장의 모형이 3D 프린터로 만들어졌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향후 두 기술이 합쳐지면 사람의 ‘생명 시계’를 되돌릴 수 있는 신기술이 탄생할지 모른다”


중앙일보

탈 드비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이 3D 프린팅을 이용해 쥐의 심장 크기의 인공 심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환자의 지방세포에서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심장근육세포와 내피세포를 만들어냈다. [UPI=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의 말이다. 최근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뇌와 심장을 인위적으로 소생하거나 대체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이 3D프린터와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와 가까운 심장구조를 ‘인쇄’한 데 이어 17일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죽은 돼지의 뇌세포를 일부 다시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걸음마 단계지만 두 연구는 수명 연장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각각 게재됐다.

혈관·심실·세포 가득한 심장 인쇄 성공...심장이식 탄력받을까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는 국내에만 총 3만 852명으로 전체 한국인 사망 원인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심장이식 수술에 필요한 심장의 수는 매우 부족해, 같은 해 실제 이뤄진 심장이식 수술은 총 184건에 불과했다.

장병철 분당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뇌사자의 심장을 기증받아 진행하는 심장 이식수술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문제가 있다”며 “향후 부족분을 메울 대안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현재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에 혈액을 순환시키는 기계적 의미의 심장 보조장치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환자 신체에 친화적이지 않아 혈전이 생기는 등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일보

텔아비브대 연구진이 만들어낸 인공 심장은 쥐의 심장과 그 크기가 비슷할 정도로 작지만, 내부에 혈관과 심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은 세계 최초다. [사진 신화통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연구진이 만들어낸 인공심장은 실제 환자의 신체 조직을 이용해 만든 만큼, 거부감이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먼저 환자의 지방세포를 추출해 다능성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이후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심장의 운동을 돕는 ‘심장근육 세포’와 심장 혈관을 형성하는 ‘내피세포’를 만들어냈다.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세포 이외의 물질은 ‘환자 맞춤형 하이드로겔’로 제작해 거부반응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높이 20㎜, 지름 14㎜의 ‘인체 친화적’ 심장이 완성됐다. 연구를 주도한 탈 드비르 텔아비브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혈관 세포와 심실까지 갖춘 심장을 3D 프린팅으로 만든 건 세계 최초”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장병철 교수는 “쥐의 심장 정도 크기지만, 줄기세포로 인체에 가까운 혈관을 만들어냈고 심장 구조도 실제와 비슷하다”며 “향후 사람 심장 크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줄기세포에서 심장 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줄기세포를 통해 극히 미세한 혈관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죽은 돼지 뇌세포, 인공 혈액 공급해 일부 회생…. 뇌손상 치료 ‘한 발짝’


중앙일보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육류 가공업체에서 얻은 총 32개의 죽은 돼지 뇌세포를 일부 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자체개발한 '브레인엑스' 시스템으로 총 6시간 동안 인공혈액을 순환시킨 결과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세포를 일부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그간 한번 죽은 뇌세포는 절대 살려낼 수 없다는 학계의 정설을 깬 것이다. 이에 따라 뇌세포 사망으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뇌 혈액 공급장치인 ‘브레인엑스’ 시스템을 이용, 인공 혈액을 약 6시간 동안 총 32개의 죽은 돼지의 뇌에 공급했다. 그 결과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교세포’ 등 일부 신경세포와 혈관 세포의 기능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은 “뇌의 특정 영역이 부활하지는 않았지만, 뇌에서 전기신호가 관측되고 혈관 기능 회복으로 혈액이 순환하는 현상 등이 관찰됐다”며 “향후 응급 뇌 질환이 발생하면 환자의 뇌세포를 보다 오래 생존시켜 이른바 ‘골든타임’을 연장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예일대 연구진이 자체개발한 브레인엑스 시스템은 돼지의 동맥을 통해 인공 혈액을 주입하고 정맥을 통해 빼내는 일종의 심장 역할을 한다. 인공 심장을 제작하는 3D프린팅 및 줄기세포 기술과 돼지 뇌세포를 살린 인공 혈액 제작 기술 등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해당 기술에 대해 윤리적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니타 패러허니 듀크대 교수 등 2명은 17일 네이처에 논평을 내고 “뇌 복원 및 보존 연구를 할 때, 연구 대상이 된 동물은 완전히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을 수 있다”며“이에 대한 새로운 윤리지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뇌 세포의 부활을 모래시계로 표현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 [사진 Nature]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