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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조수미 "수의사 꿈 접고 성악가 된 이유는...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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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뮤직 '마더' 발매, '조수미 콘서트'로 전국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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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유니버설뮤직)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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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마더디어' 공연 포스터(SMI제공)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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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그리운 노래들로 채웠다. 특별히 이 세상 모든 어머니께 바친다. 여러 장르가 섞인 사랑의 음반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으면 좋겠다. 어버이날 선물로도 좋을 것이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2015년 가요 음반 ‘그.리.다’이후 4년 만에 신보 ‘마더’를 내놓았다. 신보 발매에 맞춰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을 시작으로 '조수미 콘서트 마더 디어' 8개 도시 투어에 돌입했다.

23일 서울 삼성동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조수미는 자신을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키운 어머니와 조국, 그리고 팬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조수미는 “직접적 계기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만든 음반이지만, 제 어머니에 국한하지 않고 자식을 위해 희생한 이 세상 모든 어머니,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제 사랑을 이 음반에 담았다”고 말했다.

“비록 전 엄마가 되지 못했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도 없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처럼 제 가슴에 큰 사랑을 품고 산다. 그 마음을 담았다. 사랑을 주고 받고 나누기 위한 노래들 중 딱 13곡을 고르는 게 무척 힘들었다. 이 음반이 나와 무척 뿌듯하다.”

앨범 수록곡은 조수미의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를 비롯해 동요 ‘엄마야 누나야’, 폴란드 민요 ‘마더 디어’까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곡부터 (지난 2006년 3월) 해외 공연과 겹쳐 참석하지 못한 아버지의 장례식 날에 부른 ‘아베 마리아’ 그리고 윤일상이 작사·작곡한 ‘아이엠어코리아’(보너스트랙)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이 포함됐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을 했다. 마침 공연 실황을 DVD로 발매하기로 돼 있었고 앙코르곡이 ‘아베 마리아’로 예정돼 있었다. 마치 운명 같았다. DVD에 ‘포 마이 파터’라고 새기면서 마치 아버지를 위한 콘서트가 됐다. 이후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처럼 음악으로 자신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일(24일) 음반을 들고 엄마를 만나러 갈 예정이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수록곡 중 특별히 어머니와 추억이 남다른 곡이 있을까? 조수미는 “수록곡 대부분을 어머니와 함께 불렀다”며 모친에 대한 애증의 기억을 떠올렸다. 성악가를 꿈꿨던 조수미의 모친은 딸을 엄하게 교육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어머니는 성악가가 되지 못한 자신의 삶을 매우 원망하셨다. 어린 시절 늘 하시던 말씀이 ‘나처럼 결혼하지 말고, 아주 대단한 성악가가 돼 세계를 돌면서 노래하라’고 했다. 8시간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저녁, 조수미 나이 겨우 8살이었다.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며 노래하는 뒷모습을 보는데, 엄마라기보다 한명의 여성으로 다가왔다. 결혼생활이 행복했을지 몰라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딸을 닦달하는 엄마의 뒷모습이 그날따라 무척 초라해보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도와줄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해줄까, 제가 성악가를 꿈꾼 아주 특별한 저녁으로,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조수미는 서울대 음대를 거쳐 지난 1984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유학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에 대한 원망이 컸지만, 이국땅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엄마가 내 어린 시절을 뺏은 거 같고,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딸에게 모두 책임지우는 것 같았다. 엄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국만리 작은 셋방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있는데 어머니가 너무 그리웠다.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제가 효녀다.(웃음). 수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모든 걸 접고 어머니의 꿈을 이뤄드렸다. 어떻게 보면 제 재능을 어머니가 알아보셨다. 감사하다. 어느 날 제 곁을 떠나면,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평생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이름을 드높인 조수미는 조국에 대한 사랑도 컸다. 그는 세계무대를 돌면서 한시도 “‘소프라노 수미조, 프롬 코리아’를 잊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내가 한국인인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음악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떻게 보면 제 이야기일수도 있고 해외 유학생들, 이곳에서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들의 손을 잡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더 바쁘고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해외에서 어디서 왔는지 질문받은 젊은이들이 아주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아임 프롬 코리아”라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조수미는 5월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마지막으로 콘서트부터 마스터클래스, 국제콩쿠르심사 등 다양한 해외일정을 소화한다.

“10여 년 전 오페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제 이름을 건 투어를 돌았다. 최근에는 연주자를 뛰어넘어 전방위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제가 늘 하고 싶었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게 돼 너무 좋다. 또 다른 시작이 아닌가.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조수미는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서도 노래하고 싶다. 유네스코 평화대사이기도 한 그는 “우리나라의 평화가 곧 세계평화”라며 “하루빨리 음악으로 교감하는 무대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저를 오랫동안 사랑해준 팬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제 마음을 담은 이 음반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길 바란다. "

한편 이번 공연에는 특별 게스트로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이자 기타리스트 페데리코 파치오티가 함께한다. 조수미가 유학한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후배로, 지난 2018년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공식 주제가 'Here as ONE'을 작곡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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