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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금융위, 소리만 요란했던 ‘세컨더리보이콧 지라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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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엄중 제재 등 밝혔지만 6개월간 실질 조사 없이 사건 마무리

업계 “사인 주면, 시장 안정 기대한 듯”…주가조작 근절 의지 ‘의심’

금융당국이 미국 재무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은행에 대해 경제적 제재(세컨더리보이콧)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증권가 풍문(지라시)에 대해 사실상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가 풍문을 이용한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을 근절 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이 세컨더리보이콧 풍문에 대해 6개월간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질적인 조사 없이 사실상 사건이 정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출범한 자조단은 거래소·금감원·검찰 등의 인력을 파견받아 운영되는 곳으로 디지털포렌식 장비와 강제조사권을 가진 막강한 조직이다. 지난해 10월 증권가에는 미국 재무부가 한국 은행에 세컨더리보이콧 관련 입장을 전해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묻지마 매도’를 한다는 소문이 퍼졌고, 은행주가 5%까지 떨어졌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청와대와 금융위는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자조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에 착수해 엄중 제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조단 관계자는 당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은행주 하락과 관계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허위사실·풍문을 유포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경찰과 협조해 유포자를 찾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후 “단서를 찾기 위해 조사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자조단의 한 관계자는 “계속 (사건을) 모니터하는 중”이라고 했다가, “개인정보법 등이 걸려 있어 조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발표는 (소문을 막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선언적 의미가 컸다”며 “거래소가 1차로 시장을 살펴보니 불공정거래 등의 혐의가 없어 추후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사실상 정리됐다”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소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사적인 부문에서 확대돼 조사보다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사인을 주기 위한 조치로 읽혔다”고 말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조단 발표로 시장이 안정화되고 문제가 커지지 않아 잊혀질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사안의 중요성을 과소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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