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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의 경고] 인생 150세 시대…잘못되면 극소수만 영생 ‘수명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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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기계 ‘트랜스 휴먼’ 등장

뇌 속 정보 데이터화 가능해져

AI와 결합 하이브리드 두뇌 실현

생각만으로 조종 아바타 현실화

과학기술이 탐욕에 악용될 경우

극단적 불평등 신계급사회 위험

공동체 위한 사회적 합의체 필요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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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을 탄생시킨다. 사진은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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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첨단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지구. 상위 0.1%의 인류는 공중도시 ‘자렘’에서 천국 같은 생활을 한다. 필요한 물자는 모두 ‘그라운드(ground·땅)’에서 만들어지고, 공중도시는 쓰레기를 땅 위로 쏟아낸다. 고철 더미에서 발견된 고장 난 사이보그 ‘알리타’는 한 엔지니어의 도움으로 새로운 신체를 갖게 된다. 소녀의 뇌와 기계가 결합된 ‘알리타’는 자렘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전사로 새롭게 태어난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 일본 만화 ‘총몽’을 각색해 만든 ‘알리타: 배틀엔젤’은 트랜스휴먼(trans-human)이 일상화된 미래를 그린다. 부자들은 신체와 장기를 업그레이드해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가난한 이들은 ‘자렘’의 독재 아래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영화 속에서 다수의 사람은 신체의 일부가 로봇으로 대체된 사이보그로 표현된다. 인간의 영혼을 구제했던 종교는 사라진 지 오래며, 사람들이 신봉하는 것은 오직 과학기술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전망한 2050년 미래 속 인류의 모습은 영화와 매우 닮았다.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의 ‘휴먼’편에 따르면 향후 인간의 수명은 150세까지 연장되고 뇌의 핵심기능인 인지와 기억 등을 데이터화하는 기술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전망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한국과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뇌에 저장된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 할 수 있게 된다면 정신작용이라고 믿어왔던 뇌를 신체에서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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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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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3년 미국 정부는 45억 달러를 투자해 뇌의 신경회로망을 분석해 데이터화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테슬라·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도 2016년 ‘뉴럴 링크(Neural Link)’라는 기업을 설립해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연구 중이다.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동하는 이른바 ‘뇌 임플란트’ 기술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2030년 이후엔 인간과 AI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두뇌’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나아가 2050년엔 영화 ‘아바타’처럼 인간의 뇌로 로봇을 조종하는 ‘뇌-컴퓨터 접속(BMI)’ 기술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간의 뇌는 다양한 로봇과 연결돼 단지 생각만으로 로봇을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대 앤드루 슈워츠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2008년과 2012년에 각각 원숭이와 인간의 뇌에 조그만 칩을 넣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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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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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또 인간수명의 연장과 트랜스 휴먼의 등장으로 혈연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가족제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이보그와 복제인간 등의 출현으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이 나타나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개념은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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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태어난 원숭이.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가 태어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만 가진 아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생식을 위한 여성의 출산이 사라지고 인공 자궁을 통한 생식이 상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휴먼 연구팀의 분석에는 기존 다른 분야 예측과 달리 특정 시나리오만의 현실화 가능성은 없었다. ▶생태계의 붕괴로 인류의 상당수가 죽거나 문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 ▶생명공학기술과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인류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것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을 유지하긴 하나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으로 150세 이상의 평균 수명이 가능해는 등 여러 종합적 시나리오가 제시됐으나, 30년 뒤에는 모두가 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 같은 미래 사회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국회미래연구원은 통제를 벗어난 과학기술과 극단적으로 불평등해진 신 계급사회를 들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AI ‘레드 퀸’처럼 통제를 벗어난 기계와 인간이 대립하거나, 수명 양극화로 극소수의 사람들만 천국 같은 환경에서 영생을 누리는 것과 같은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탐욕에 의한 맹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종국에는 기술에 대한 통제력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 한국 사회는 어떻게 해야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은 인간 중심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체의 구성을 제시했다. 합의체에서는 앞으로 인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생식과 성교를 분리해 공장식 출산을 허용할 것인지, 인간 유전자 실험을 해도 되는지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나라와 관계없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미래에 나타날 문제들을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한국이 앞서서라도 과학기술을 인간 행복을 높이는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제도적인 담론의 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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