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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베이징 현장에서] 996퇴장론과 중국 특색 ‘공산당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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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3일 996 근무제를 두고 기업인들이 그보다 열심히 해야 직원들의 생활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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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중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996 근무제(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근무)에 또 입을 열었다. 중국기업가구락부가 간쑤(甘肃)성 둔황(敦煌)시에서 22~24일 여는 ’ 2019 중국 녹(綠)공사 연회’에 참석해 23일 "우리 기업인들이 996보다 더 일을 해야 직원들의 생활이 더 좋아지고, 사회가 더 진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 회장은 자신의 996 의견에 비판이 비교적 많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마 회장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계정에 지난 12일과 14일 연이어 996을 분투정신으로 묘사하면서 옹호하는 의견을 올렸다가 비판을 받았다. 12일 의견이 직원들의 분투를 강조했다면, 14일엔 돈으로 직원들에게 996을 강제해선 안된다는 기업인들에 대한 경고를 추가했다. 이번엔 직원 보다는 기업인에만 초점을 맞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이 996과 분투를 같이 봐서는 안된다며 996 퇴장론을 내세운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화통신은 지난 15일 분투는 권장해야하지만 996은 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일보는 18일에 ‘오늘부터 996 굿바이’라는 글을 올렸다.

중국 당국의 시각을 반영하는 관영언론의 996 퇴장론은 노동자를 달래려는 공산당의 입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996 퇴장론은 최근 강도를 높이고 있는 노동 운동가에 대한 탄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홍콩 명보 등 홍콩 언론들은 심각한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중국의 언론인들이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앞서 선전시의 제조업체인 자스(佳士)과기공사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회사의 비인간적 처우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 결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들을 돕던 베이징대·난징대·인민대 등 마르크스주의 동아리 학생들과 노동운동가들이 구금되거나 실종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노동계약법 시행으로 노동자에 유리한 쪽으로 노동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노동운동이 정치세력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 헌법에서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남기고 빼버린 단체행동권을 아직도 부활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카를 마르크스(사진)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171년전 ‘공산당선언’ 마지막 대목에서 "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속박의 사슬밖에 없다. 그들은 세계를 얻을 것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고 호소했다. 마르크스를 공부한 학생들이 노동운동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인 지난해 공산당 선언 170주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중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5월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원은 마르크스주의의 충성스러운 신봉자이자 확고한 실천자가 되어 마르크스주의를 고수하고 발전시키는데 악착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특색’의 공산당 선언에서는 마지막 대목이 빠져야할 듯 싶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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