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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우편함 '머리카락 편지' 50통…"주민 지인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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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명의 도용 발송…수사 의뢰

피의자 "감정 안 좋아 범행" 시인

경찰 "사람 머리 아닌 인조 가발"

사기명위조·명예훼손 혐의 검토

중앙일보

가발 사진. 본 기사와는 무관함.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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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서 머리카락이 담긴 일명 '행운의 편지'가 무더기로 발견돼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해당 아파트 주민 이름으로 우편물이 발송됐지만, 당사자도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누가, 왜 이런 황당한 편지를 보냈는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봉투 밖 발신인(보낸 사람)으로 적힌 아파트 주민의 지인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24일 "지인 이름을 도용해 편지 수십 통을 보낸 혐의(사기명위조)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8일 전주시 송천동 모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 아파트에 사는 B씨가 발신인으로 된 편지 50통가량을 보낸 혐의다.

해당 편지는 아파트 1개 동 두 라인 50여 개 우편함 대부분에 꽂혀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전후로 편지를 발견한 주민 일부는 편지를 열어 보고 화들짝 놀랐다. 봉투 안에는 사람 머리카락 한 움큼과 '행운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컴퓨터로 타이핑된 편지에는 '이 편지는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이 편지를 포함해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이 편지를 보내면 7년의 행운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3년의 불행이 있을 것입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부랴부랴 편지 발신인인 주민 B씨에게 물었지만, 그는 이런 편지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없는데 내 명의가 도용됐다"며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수거한 편지(40여 통)도 경찰에 넘겼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선 '정신 이상자 소행이다' '초등학생 장난이다' '미신 행위다' 등 온갖 설(設)이 난무했다.

A씨는 경찰에서 "B씨와 감정이 안 좋아 범행했다"며 혐의를 시인했다. 봉투 안에 담긴 머리카락은 사람 것이 아닌 인조 가발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는 '단독 범행'을 주장하지만, 편지지에 묻은 지문 등을 분석해 공범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은 수사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A씨에게 사기명위조와 위조사기명행사,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형법 239조는 다른 개인의 인장·서명·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하거나 부정하게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전주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본청 감식계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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