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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영화관 96%가 '어벤져스4'에 스크린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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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4’, 개봉 4시간 30분 만에 100만 돌파…흥행 새 역사
전국 스크린 96% 독점…영화계 "국내 영화 생태계 파괴"
용산아이파크몰 CGV, 20관 중 17관이 어벤져스4 상영
문체부도 "스크린 상한제 도입 긍정 검토…국회와 조율 중"

24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 영화관. 큰 스크린과 고음질 음향으로 인기 있는 이곳에선 전체 상영관 20관 중 17관에서 이날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를 상영하고 있었다. 평일이었지만, 영화관이 24시간 내내 주말 황금시간대를 방불케 했다. 티켓이 대부분 매진돼 현장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았다. 골드클래스 상영관의 경우 오전·오후 4차례 상영은 모두 남은 좌석이 ‘제로(0)’였다. 다음날인 25일 새벽 1시 50분에만 단 1석이 남아있었다. 이 표마저 바로 팔렸다. 이날 오전 7시 조조(早朝) 영화로 어벤져스4를 관람한 회사원 박진환(29)씨는 "어벤져스4를 보려고 월차 내고 왔다"며 "아직도 떨림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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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상영 중인 어벤져스4는 대부분 매진 상태로 현장에서 예매하기 어려웠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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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오쯤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롯데시네마는 1~6관 모두 어벤져스4를 상영하고 있었다. 민현준(16·서울디자인고등학교)군은 "오전 11시에 중간고사 시험을 보고 학교에서 바로 영화관으로 왔다"며 "내일 두 과목 시험을 더 봐야 하는데, 어벤져스4가 너무 궁금해서 안 보면 계속 생각날까 봐 왔다"고 했다.

어벤져스4가 개봉 첫날 역대 최단기간인 4시간 30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전예매만 최초로 200만을 돌파하며 1000만 관객 돌파는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국 스크린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잠정집계되면서 스크린 독점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스크린 상한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벤져스4, 전국 스크린 90%이상 장악… "스크린 상한제 도입" 목소리 커져
24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4는 전국 535곳 영화관 중 517곳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영화관 점유율이 96%를 넘어서는 것. 스크린 기준으로는 전국 3058개 가운데 2927개(95.7%) 스크린에서 어벤져스4가 상영되거나 상영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스크린 수는 이날 자정쯤 공식집계될 예정이지만 어벤져스4가 전국 스크린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영화계는 보고 있다.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코리아 측은 이날 전국 25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어벤져스4가 상영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어벤져스3가 개봉일 2460개 스크린에서 상영한 것을 뛰어넘는 수치다. 당시에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어벤져스가 상영관을 ‘싹쓸이’하면서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스크린 상한제는 수익 극대화라는 시장 논리에 따라 흥행영화 상영에만 집중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특정 영화에 일정 비율 이상 스크린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반(反)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 측은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대부분의 영화관이 어벤져스4를 상영하는 것은 다른 영화를 보고싶은 관객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국내 영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제2의 박찬욱, 봉준호가 나오려면 생태계를 보호할 스크린 상한제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스크린 상한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2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상업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이 될 수 있도록 특정 영화의 상영일수를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프라임 타임(황금시간대)’에 몇 %로 제한할 것인지 국회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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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마포구 홍대 롯데시네마를 찾은 관람객들이 예매 티켓을 출력하고 있다. 이 영화관은 1~6관 모두 어벤져스4를 상영하고 있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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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6편 이상을 동시상영 할 수 있는 영화관에서 오후 1~11시 프라임 타임에 한 영화를 총 상영 횟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반면 영화관 측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대형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어벤져스4가 사전예매율이 기록적으로 높은 것은 그만큼 관객 수요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관객이 선호하는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스크린 상한제에 대한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인 김준범(26)씨는 "어벤져스도 좋지만, 관객들이 함께 개봉하는 다른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생일’ ‘미성년’ 처럼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영화들이 설 자리도 만들어줘야 앞으로 다양한 한국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생 이모(26)씨는 "스크린 상한제가 생기면 많은 관객이 찾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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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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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행진…한국 영화史 새로 썼다
어벤져스4는 한국 영화사(史)를 새로 쓰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으로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개봉한 지 4시간 30분 만에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단 기록이다. 지난해 개봉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개봉일 오후 5시에, '신과 함께-인과 연'은 오후 6시에 100만명을 각각 넘었다.

개봉 전에도 이미 기록들이 속출했다. 역대 최단 시간 사전예매 100만 돌파, 사상 최초 사전예매 200만 돌파 같은 신기록이 나왔다. 종전 최다 사전예매 기록은 전작인 ‘어벤져스3’로, 개봉 전 122만이었다. 한국 영화 사상 개봉하지 않은 영화가 사전예매로만 2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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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어벤져스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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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어벤져스4 예매율은 96.8%이었다. 개봉일 성적이 이튿날 공식 집계되면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흥행 기세라면 어벤져스4의 ‘1000만 관객’ 돌파는 기정사실로 예상된다. 얼마나 빠르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할지, 최종 성적표가 2009년 개봉한 ‘아바타’의 흥행 1위 기록(1333만)을 10년 만에 넘어설지가 관심사다. 앞서 어벤져스3는 개봉 19일 만에 누적 1000만명을 돌파하고, 최종 1121만명을 동원해 외화 흥행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초반부터 어벤져스4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념품 판매도 ‘대박’이 나고 있다.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 마련된 기념품샵은 가게를 둘러보고자 기다리는 사람만 100여 명이 넘었다. 이 가게는 어벤져스 주인공이 그려진 다이어리와 열쇠고리, 피규어 등을 팔고 있다. 매장 직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 30명씩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며 "오전부터 기념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벌써 일부 상품은 매진됐다"고 했다. 영화관 관계자는 "평일 오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실상 ‘어벤져스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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