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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대활약 속 새삼스레 화제 된 20년전 '한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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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페르난도 타티스가 한 이닝 만루홈런 두개를 쳐낸지 20년이 된 24일 세인트루이스 구장에서 시구를 한 뒤 팬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UPI연합뉴스


1999년 4월24일은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다. IMF 시대에 세계최고 리그인 미 메이저리그(MLB)에서 호투를 거듭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던 ‘국민영웅’ 박찬호가 굴욕스러운 기록의 희생양이 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팬들에게 ‘한만두(한 이닝 만루 홈런 두 개)’로 불리게 된 사건이다.

LA 다저스가 2-0으로 앞선 3회초 박찬호가 무사 만루 위기에서 세인트루이스의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좌월 홈런을 허용했을 때만 해도 이 홈런이 진기록의 서막이 될 것이라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박찬호가 이후로도 3점을 더 허용하며 3회 2사 만루 위기를 한번 더 몰렸고, 공교롭게도 타석에는 타티스가 다시 한번 들어섰다. 그리고 타티스는 박찬호를 다시 한번 공략해 연타석 만루홈런을 만들어냈다.

이 ‘한만두’ 사건이 발생 20주년을 맞아 새삼스럽게 다시 조명됐다. MLB닷컴은 24일 “박찬호는 빅리그에서 2000이닝(1993이닝) 가까이 던지며 124승을 올린 투수다. 하지만, 1999년 4월 24일에는 2.2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11실점(6자책)을 했다. 3이닝 이하를 소화한 선발투수 중 11점 이상을 실점한 투수는 21명뿐이다”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야구 통계의 대가 톰 탱고의 글을 인용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은 약 1200만분의 1이다. 수학적으로 보면 사실상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이미 일어났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사건이다”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기록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진기록일 뿐 역사에 남을 대기록은 아니기에 20년 만에 재조명을 받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다. 타티스 역시 2010년 은퇴할 때까지 11시즌동안 타율 0.265, 113홈런만을 쳐낸 평범한 선수에 불과하다. 그의 친정팀인 세인트루이스 팬들에게는 매년 회자될지언정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다시 이 기록이 주목받을 이유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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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23일 샌디에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샌디에고=USATODAY연합뉴스


평범한 선수가 단 한 번 만들어낸 성과가 다시 소환된 것은 바로 그의 아들 때문이다. 타티스의 아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0·샌디에고)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올해 초 MLB닷컴이 선정한 마이너리그 유망주 랭킹에서 수많은 마이너리거 중 2위에 선정된 타티스 주니어는 올해 개막전 직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승격해 팀의 주전유격수로 대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즌 23경기를 치른 현재 타티스 주니어의 성적은 타율 0.301 25안타 6홈런 4도루로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0.956에 달한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리그 최정상급의 활약인 셈이다. 여기에 어린나이와 일천한 빅리그 경험으로 다소 고전했던 시즌 초를 제외한 최근 15경기 성적만 보면 타율 0.333. OPS는 1.051로 성적은 더욱 급상승한다. 리그가 거듭되고 경험이 쌓일수록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24일 열린 시애틀과의 경기에서도 선두타자로 출전해 2안타를 쳐내며 컨디션을 더 끌어올렸다. 이런 대활약에 미국 현지에서도 그의 주가가 나날이 급상승 중이다.

공교롭게도 타티스 주니어도 한국 DNA를 가진 선수들에게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쌓았다. 이미 오승환에게 2루타를 한 개 쳐냈고, KBO 리그 출신의 투수 메릴 켈리에게는 데뷔 홈런 포함 2개의 타구를 장타로 날려보냈다. 과연, 이런 타티스 주니어가 류현진과의 대결, 오승환과의 재대결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지도 올 시즌 MLB를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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