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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北은 러에 기댈 생각 말고 비핵화 약속 이행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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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비핵화와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후 만찬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과 (북·러) 친선관계 발전과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그리고 공동의 국제적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체제보장을 원할 뿐”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 체제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체제보장에 대해 논의할 때는 6자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한 비핵화였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 구축과 남북한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한 지도부의 행보를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경유해 남한으로 향하는 가스관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혀 다양한 북·러 경협 방안이 협의됐음을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이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한 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향후 북·중·러 간 공조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오로지 김 위원장이 근본적인 전략적 결정을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전략적 결정은 핵이 더는 북한 체제를 보장해 주는 안전판이 아니라 오히려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에 따른 비핵화 결정을 의미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자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비핵화 약속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러 정상회담에 나서는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약속을 지키라고 거듭 촉구한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기대어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푸틴 대통령도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김 위원장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실질적이고도 진전된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대북제재가 풀릴 가능성은 없다. 핵을 손에 쥐고 제재의 출구를 찾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 이행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북한에 살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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