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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스크린 상한제' 논쟁 다시 불붙인 어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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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독과점 논란]

개봉 첫날 상영점유율 80%

"스크린 독과점 방치" 비판에 "관객이 원했을 뿐" 옹호 맞서

치솟는 인기의 결과일까, 독과점의 폐해일까.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어벤져스4)이 개봉 첫날인 24일 불러 모은 관객 숫자는 133만8781명. 매출액은 97억원으로 이날 전체 영화 상영작 매출액 100억원의 97%를 차지한다. 이날 '어벤져스4' 혼자 돈을 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소셜미디어엔 '어벤져스4'를 개봉 첫날 보려고 휴가를 냈다는 직장인의 후기가 속출했다. 독주가 이토록 맹렬하니 논란도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스크린 독과점을 방치한 결과"라는 목소리와 "시장 논리를 함부로 거스르다간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조선일보

25일 배장수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 운영위원은 "24일 영화 상영작이 123편이었는데, '어벤져스4' 상영점유율만 80%가 넘었다. 나머지 122편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욕구는 반영 안 해도 되느냐"고 했다. 상영점유율은 단순히 스크린 수가 아닌 실제로 영화를 상영한 횟수를 계산한 수치. '어벤져스4'와 작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개봉 첫날 상영점유율은 각각 80.8%와 77.4%였다. 김시무 영화평론가 역시 "하루에 100만 관객이 몰리는 게 정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관객이 선택해서 그런 것이라지만, 그 관객이 한쪽 영화만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간 것은 아닌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지난 22일 박양우 문화체육부장관은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영화만 지나치게 많은 횟수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상영 횟수 비율을 규제하겠다"는 얘기였다.

반대쪽에선 그러나 관객의 욕구가 폭발하는 것을 어떻게 규제하겠느냐고 묻는다. CGV 황재현 팀장은 "사전예매만 230만 장이었다. 이렇게 관객의 관심이 뜨겁게 치솟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고객이 원하는 영화를 편리하고 쉽게 보도록 돕는 게 극장의 역할이다. 이를 규제한다고 고객이 보고 싶었던 영화를 버리고 다른 영화를 찾진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어벤져스4' 개봉 전 극장가엔 '생일' '요로나의 저주' '미성년' '헬보이'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걸렸지만 이 기간은 극심한 비수기였고, '생일'은 3주 동안 예매 1위였는데도 113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스크린 상한제의 역효과를 걱정하는 의견도 나온다. 주희 엣나인필름 총괄이사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영화가 다양하게 걸릴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횟수를 제한하면 1등 영화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술영화 전용관이나 독립영화관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대작 영화가 극장가를 싹쓸이할 땐 잠잠하다가 마블 영화가 나올 때만 목소리를 높이는 영화계를 비판하는 이도 있다. 24일 '어벤져스4'를 조조로 봤다는 송재원(39)씨는 "'극한직업'이 관객 1000만명을 넘기면 한국 영화의 부흥이고, 마블 영화가 1000만명을 넘기면 다양성의 실종이냐"면서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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