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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껌 떼어낸 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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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찾은 세븐일레븐 서울 소공점. 편의점 '핫플레이스'인 계산대 앞 5층짜리 진열대를 젤리가 독점하고 있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무조건 지나게 되는 이 자리는 과거 껌과 캔디가 차지하고 있었다"며 "최근 젤리가 그 자리를 꿰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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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업계는 저출산 여파를 가장 많이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젤리만큼은 '저출산 여파'에서 벗어나 있다. 젤리 시장 규모는 2014년 68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20억원어치가 팔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30대를 소비층으로 확보하고 이색적인 신제품을 쏟아내며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박카스, 고향만두 젤리까지…'젤리 풍년'

제과업계에선 아이들 간식으로 여겨졌던 젤리가 최근 몇 년 사이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간식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본다. 특히 20~30대 여성이 젤리 소비자로 합류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20~30대는 어떤 세대보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데, 젤리가 이 기류에 딱 맞아떨어졌다"며 "일부 제품은 한 봉지가 밥 한 공기보다 열량이 많은데,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열량 리스크까지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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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젤리 풍년 시대'다. 껌에 비해 다양한 맛과 모양, 식감을 낼 수 있는 젤리의 특성으로 시장에는 이색 젤리가 쏟아지고 있다. 롯데제과는 인기 아이스크림인 '스크류바'와 '수박바'를 젤리로 만들었다. 오리온은 1984년 출시된 '장수 과자' '초코송이'를 젤리로 구현한 '송이젤리'를 최근 출시했다. 급기야 '만두 젤리'까지 등장했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를 젤리로 변신시킨 '젤리가 만두만두해'를 최근 출시했다.

제과업계뿐 아니다. 편의점 GS25는 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젤리를 수입해 '유어스 망고스틴젤리' 등으로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젤리 모양이 'ㅋㅋ', 'ㅎㅎ'로 만들어진 '웃기는 젤리 ㅋㅋㅎㅎ'를 내놓기도 했다. 젤리와 관련 없을 것 같은 제약업계도 젤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광동제약은 2017년 '비타500 젤리'를 출시했고, 동아제약은 지난해 12월 '박카스 맛 젤리'를 내놨다. '박카스 맛 젤리' 1봉지에는 자양강장제 박카스F와 마찬가지로 타우린과 비타민이 들어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건강한 간식"이라고 말했다.

◇'꼴찌 간식' 젤리, 껌과 캔디를 제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젤리는 '꼴찌 간식'이었다. 편의점 GS25의 매장 구성비를 보면 2016년 젤리의 비중은 3대 간식인 껌, 캔디, 젤리 중 꼴찌인 27.5%였다. 하지만 2017년 껌과 캔디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41.6%까지 비중이 늘어나 캔디(34.7%)·껌(23.7%)과 격차를 벌렸다. 세븐일레븐에서도 2013년 젤리 대 껌의 매출 비율이 27.9% 대 72.1%였는데, 지난해에는 젤리(63.6%)가 껌(36.4%)을 압도했다. 젤리가 인기를 끌면서 세븐일레븐이 취급하는 젤리 상품은 2013년 14개에서 지난해 82개로 증가했다. 세븐일레븐과 롯데제과가 손잡고 2016년 출시한 '세븐셀렉트 요구르트젤리'는 현재까지 3500만 개가 팔렸다.

젤리의 인기가 늘면서 제과업체는 미소 짓고 있다. 롯데제과는 2017년 1월 '젤리셔스'라는 젤리 통합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지난해 29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젤리셔스는 올해 350억원의 매출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이 2017년 11월 출시한 젤리 '마이구미 복숭아'는 지난해에만 2000만 개 넘게 팔렸다. 지난해 '마이구미'는 2017년 대비 70% 성장해 연 매출 245억원을 기록했다.

석남준 기자(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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