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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유서 깊은 지진 규모와 진도의 혼동(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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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진의 절대적 강도를 나타내는 릭터 규모를 고안한 찰스 릭터가 1900년 오늘 태어났다. seismoso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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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세기를 일컫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의 혼동은 1935년 독일계 미국의 젊은 지진학자 찰스 F. 릭터(Charles F. Richter, 1900.4.26~1985)가 스승 베노 구텐베르크(Beno Gutenberg, 1889~1960)와 함께 ‘릭터 규모(리히터 규모, Richter Scale)’를 만든 이래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릭터 규모란 진앙 지진의 지진파 에너지의 양을 1.0~9.9까지 단계적으로 지수화한 것이고, 진도는 위치에 따른 지진의 감각적 강도를 국가별 기준에 따라 차등화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규모는 절대적 숫자이고 진도는 진앙(震央)에서 멀어질수록 작아지는 상대적 숫자다.

그 혼동을 릭터는 1980년 한 인터뷰에서 라디오 방송 전파에 비유했다. “규모가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전파의 ‘KW 숫자’라면, 진도는 각 가정에서 수신하는 전파의 세기와 질에 비유할 수 있다.”

‘리히터’라고도 불리는 명칭은 ‘릭터’가 옳은 듯하다. 그가 독일계이긴 하지만 증조부 때인 1840년대에 미국에 건너왔고,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다. 스탠퍼드대를 거쳐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릭터 규모를 고안한 건 워싱턴 카네기연구소에서 구텐베르크를 만나면서부터다. 둘은 일본 지진학자 와다티 키유(和達淸夫,1902~1995)가 1928년 발표한, 진앙 지진파와 원거리 지진파의 차이에 관한 논문에 착안해 릭터 규모를 만들었다. 구텐베르크도 크게 기여했지만 이름을 사실상 제자인 릭터가 독점한 까닭은, 구텐베르크가 인터뷰 등에 나서는 걸 워낙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다름슈타트 출신인 구텐베르크는 괴팅겐대를 나와 1차대전에 독일 가스전 기상학자로 참전했고, 1930년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 겸 교수로 재직했다.

스승과 달리 릭터는 무척 활달하고 자유로운 성격에다 적극적인 나체주의자(naturist)여서 아내와 함께 다양한 국가ㆍ지역의 누드커뮤니티를 여행하는 걸 즐겼다고 한다.

최윤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