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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인사 투명화 숙제 남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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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25일 검찰에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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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5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현옥 인사수석 등 신 전 비서관의 윗선은 연루 의혹이 드러나지 않아 기소되지 않았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제기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고발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은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지만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이전 정권이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를 제출케 하고 공모직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 낙점 후보자에게만 면접 자료 등을 제공한 혐의다. 검찰은 이 과정에 조 인사수석 등 청와대 윗선의 개입을 의심했으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 동력이 떨어진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신 전 비서관의 직속 상관인 조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도 없이 수사를 매듭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가뜩이나 수사 초기부터 청와대 ‘눈치 보기’ 우려가 제기됐던 터라 더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어야 한다.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문제가 된 민간인 관련 첩보 16건을 확인한 결과, 이 전 특감반장 등의 지시가 아닌 김 전 수사관의 개인 일탈 행위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를 들어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결과적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이 과도한 정치 공세로 부풀려진 것은 사실이나, 전 정권 출신인 김 전 수사관을 기용해 불투명한 정보수집 활동을 하게 한 청와대의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청와대는 큰 숙제를 떠안았다. ‘관행’이란 명분으로 해오던 공공기관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과제다. 청와대도 약속한 만큼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돼온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늘 탈법의 소지를 안고 있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모호한 성격과 활동 범위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