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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38) 다빈치 사망 500주년... 메인 행사는 루브르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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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요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루브르 박물관이 범국가적으로 야심 차게 추진중인 ‘다빈치 특별전’이 하마터면 반쪽 잔치로 전락될 될뻔했지만 다행이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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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사망 500주년 기념행사의 하일라이트는 10월 24일부터 4개월간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특별전이다./사진=손관승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상을 떠난 것은 1519년 5월 2일, 정확히 500년 전이다. 이를 기념해 다빈치와 관련된 나라와 도시들에서는 저마다 다양한 형식으로 다빈치 서거 500주년 행사를 열고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오는 10월 24일부터 4개월간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릴 다빈치 특별전에 맞춰져 있다.

연간 800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은 3곳의 전시관 가운데 드농 관(館)의 공간 재배치 작업에 한창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는 특별 보호장치가 있는 별도의 방에서 매우 각별한 대우를 받고 있는데, 특별전을 앞두고 모나리자를 제외한 다른 그림들은 다른 방으로 임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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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의 드농 관에 있는 모나리자 그림 앞에는 항상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500주년 특별전을 앞두고 다른 그림들은 임시 이동시켰다./사진=손관승



다빈치는 그의 성에서 나타나듯 피렌체 인근 빈치(Vinci)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고향이 아닌 파리에서 최고의 기념행사가 열리는 걸까? 그가 67세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한 곳은 프랑스의 앙부아즈(Amboise)였고, 그의 대표작 모나리자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까닭이다.

화가, 조각가, 건축가, 과학자, 발명가, 해부학자 등 다방면에 걸쳐 능력을 발휘했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가리켜 ‘만능 천재’(Universal Genius) 혹은 ‘르네상스 인간’(Renaissance Man)이라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빈치가 세상에 남긴 그림은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다빈치의 그림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은 진위 논란이 끝나지 않은 8개를 제외하면 24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를 비롯해 ‘성모와 아기 예수’ 등 6개와 드로잉 22개를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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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의 3개 전시 건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드농관. 입구에는 모나리자가 상징처럼 걸려있다./사진=손관승



프랑스 정부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빈치 특별전 기간 동안 세계에 흩어져 있는 그림들을 대여받기로 약속 받았다. 벽화인 ‘최후의 만찬’을 제외하고 역사상 최초로 다빈치 회화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돌연 회화 대여 합의방침을 파기하겠다는 방침을 들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인즉 이렇다.

"그것은 전 정권의 합의였고, 다빈치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프랑스는 그의 사망 장소일 뿐인데, 다빈치 서거 500주년에 왜 이탈리아가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

자신이 낳은 자식을 입양간 남의 집안에서 성대하게 잔치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친부모의 불편한 심정에 비유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이탈리아에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민 정책과 유럽연합 재정 문제를 두고 프랑스와 외교적 갈등을 겪어 온 것에 깊은 관련이 있다.

문제가 꼬일수록 리더의 역할이 커지는 법,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하소연함으로써 천신만고 끝에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었다. 노트르담 화재로 우울해진 프랑스로서는 반전의 분위기를 마련할 좋은 기회다.

우선 5월 2일 클로뤼세(Clos Lucé) 성에서 열릴 다빈치 500주년 행사에 마타렐라 대통령을 초청했고, 이탈리아 정부도 다빈치의 그림들을 루브르 박물관에 대여하겠다고 한발 양보했다.

[미니정보]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다빈치 사망 500주년 기념행사

클로뤼세 성은 앙부아즈에 있는 곳으로, 다빈치가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의 초청으로 인생 말년을 보낸 마지막 작업실 겸 거처를 말한다. 이탈리아의 협조를 받는 프랑스 측의 반대급부도 물론 있다. 르네상스의 또 다른 거장 라파엘로 서거 500주년인 2020년, 프랑스가 소장한 라파엘로 그림들을 로마 스쿠델리 델 퀴리날레 박물관에 대여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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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년 프랑스 화가 장 오귀스티 도미니끄 잉그레의 작품 ‘다빈치의 죽음’. 다빈치의 임종순간 팔로 안고 있는 사람이 프랑수아 1세./사진=위키피디아



공교롭게도 올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의 실제 여주인공이라 믿어지는 리자 델 조콘도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540주년이기도 하다. 그녀의 삶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탈리아 말로 ‘모나’는 결혼한 귀부인에게 붙이는 경칭이며 리자는 그녀의 이름이고 조콘도는 결혼 뒤에 얻은 성으로 그녀의 남편은 비단과 의류장사로 큰 돈을 벌어 전처가 사망한 뒤 새로 얻은 젊은 부인이었다.

그녀가 1479년 6월 15일 피렌체에서 태어났다는 것과 결혼생활을 통해 다섯 명의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다는 것은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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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를 중심으로 펼쳐질 500주년 특별전이 어떤 모습으로 열릴지 올해 세계 문화계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다./사진=위키피디아



수백 년 동안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놓고 다양한 이론과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던 중 2005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보관중인 고문서를 연구하던 한 학자가 아고스티노 베스푸치라는 사람이 1503년에 쓴 노트를 발견했는데, 여기에 레오나르도가 리자 델 조콘도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는 피렌체가 낳은 위대한 예술사가 조르조 바사리가 남긴 전통적인 주장과 일치하는 증거였다. 물론 레오나르도가 4년 동안 그녀에 대한 초상화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림 의뢰자인 남편에게 넘기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그림을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로 가는 당나귀에 싣고 가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의 사후 제자 중 한명인 살라이가 프랑스에 거액을 받고 넘김으로써, 최고의 명작 모나리자는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의 문화재가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00년대의 르네상스를 의미하는 ‘콰트로첸토’(quattrocento)와 1500년대의 절정기 르네상스를 뜻하는 친퀘첸토(Cinquecento)를 넘나든 거장이다. 공간적으로도 알프스 산맥을 넘어 모국 이탈리아와 프랑스 양쪽에 걸쳐있다.

회화, 조각, 건축, 해부학, 과학, 군사공학, 축제기획, 악기연주 등 실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 도전한 인물이다. 그의 창조정신이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끼친 영향이 너무도 크기에 500주년 특별전은 올해 세계 문화계 최대의 화두다.

손관승·언론사 CEO출신 저술가(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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