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31)공룡이 소행성 충돌에 멸종한 이유?…그때는 천문학자가 없었으니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근지구천체의 새 관측방법

경향신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근지구천체(NEO)를 관찰하기 위해 우주에 띄운 우주망원경 NEOWISE 상상도. 이 우주망원경은 적외선 관측으로 지구위협천체(PHO)가 될 수 있는 근지구천체의 크기나 질량 같은 물리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구 근처로 온 소행성과 혜성 등 작은 천체들을 일컫는 ‘근지구천체’

태양계 형성을 밝힐 열쇠이자 지구상의 생명 위협하는 위험 요소

빠르고 자세한 관측 필수…최근 적외선 우주망원경 활용법 알아내


‘Near Earth Object(NEO)’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몇몇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가 요즘은 ‘근지구천체’라는 말로 수렴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지구 근처에 있는 천체라는 뜻이다. 지구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태양계 내의 작은 천체를 일컫는다. 얼마나 가까운 천체가 근지구천체의 범위에 들어오는 것일까. 보통 어떤 천체가 태양에 근접했을 때의 거리가 태양과 지구 사이 평균 거리의 1.3배 안쪽으로 들어오면 근지구천체라고 한다. 대부분의 근지구천체는 소행성이지만 태양에 가깝게 접근한 혜성일 경우도 있다.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 대부분 존재한다. 이들 중 어떤 교란에 의해서 소행성대를 이탈했다가 지구 근처로 오게 된 소행성들이 있는데, 이들이 근지구천체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보통 지구의 공전 궤도상에서 지구 앞쪽이나 뒤쪽에 무리를 지어서 위치하는데, 이들 소행성 무리는 대략 1년에 한 바퀴씩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소행성이나 혜성은 천문학자들에게는 무척 소중한 존재다. 물론 모든 천체가 천문학자들의 연구 대상이기는 하다. 소행성이나 혜성은 태양계가 처음 형성되었을 때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단서를 그 속에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천체이기 때문에 남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태양계 형성 당시에 구성된 물질의 냉동보관 창고이고 화석이기 때문에 이들 천체를 관측하면 태양계 형성에 관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태양계는 이미 형성된 지 50억년이 지나서 초기의 모습이 대부분 사라지거나 변형되었다. 그나마 초기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천체가 이들이다. 일본의 우주탐사선인 하야부사가 채취해 온 소행성의 물질 샘플은 소행성 자체의 물리적 성질을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열어줄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소행성이나 혜성은 천문학자들이 애정하는 연구 대상이기도 하지만 두려워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6600만년 전에 있었던 10㎞ 정도 크기의 소행성(또는 혜성) 충돌은 지구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구생명의 역사를 바꿔놓았다는 말이 좀 더 구체적일 것이다.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크기가 200㎞에 이르는 칙술룹 크레이터가 당시의 충돌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당시 번성하고 있던 공룡을 비롯해서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이 멸종했다. 충돌 당시 바로 사라져간 생명도 있겠지만 그 여파로 화산과 지진이 발생하고 쓰나미가 몰려오고 대기에는 먼지가 차양처럼 막을 형성하면서 식물부터 멸종을 시작해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서서히 생명들이 멸종해 갔을 것이다. 거의 10만년에 걸쳐서 멸종 과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긴 세월이지만 46억년에 이르는 지구의 나이를 생각하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다. 소행성 충돌로 순식간에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이 멸종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소행성 충돌은 100% 발생할 사건이다. 특히 수많은 근지구천체가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지구가 맞이해야만 할 재앙이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 이 사건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연히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 근처의 소행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근지구천체는 지구를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라는 자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근지구천체 중 그 크기가 140m보다 크면 ‘Potentially Hazardous Object(PHO)’라고 따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말로는 몇몇 다른 방식으로 번역돼서 사용되어 왔는데, 요즘은 ‘지구위협천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태양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지만 지구를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도 여겨지고 있는 소행성(특히 근지구천체로서의 소행성)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근지구천체를 바라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2009년에 처음 설립되었고 2012년에 지금 형태의 회사로 자리 잡은 ‘Planetary Resources’라는 회사가 있다. 말하자면 ‘행성자원회사’다. 소행성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다양하다. 거의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소행성부터 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소행성까지 구성 요소가 다양한 소행성이 존재한다. 백금같이 드물고 비싼 금속이 주성분을 이루고 있는 소행성이 있다면 그 경제적 가치는 엄청날 것이다. 소행성은 엄청 많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셈이다. 소행성에 직접 가서 필요한 광물을 채굴해 지구로 가져오겠다는 것이 행성자원회사의 장기 계획이다. 당장은 기술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 때문에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이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주된 사업은 소행성들, 특히 지구 가까이에 위치한 소행성인 근지구천체들의 구성 성분을 관측해서 목록화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서 값싼 우주망원경을 개발해 시험 운영하고 있다. 소행성마다 어떤 광물과 원소를 갖고 있는지 먼저 파악해 두겠다는 것이다. 이 목록이 완전해질수록 사업을 진행하기 쉬워질 것이다.

경향신문

NASA가 지난 20년 동안 발견한 근지구천체(녹색 점) 분포도. 2018년 1월 공개한 동영상을 갈무리한 화면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행성자원회사는 근지구천체 중 지구위협천체를 감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덤이다. 실제로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기 전에 이 회사는 우주주유소를 먼저 건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소행성의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기록한 목록을 만든 후 실제로 소행성으로부터 산소나 수소 같은 원소나 물을 빼내서 튜브에 저장했다가 우주탐사를 나서는 우주선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행성자원회사는 원소를 저장할 튜브 개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우주주유소가 실현된다면 지구에서부터 우주여행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갖고 출발하지 않아도 된다. 덜 무거운 우주선으로도 우주탐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주주유소에 가서 필요한 것을 보충하면 되니까. 이럴 경우 몇몇 나라에 국한된 독립적인 우주탐사가 더 많은 나라에서도 가능해질 것이다. 행성자원회사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시장이다. 소행성 채굴의 미래 가치를 인지한 룩셈부르크는 국가 단위에서 행성자원회사에 투자를 했다. 벨기에도 소행성 채굴 사업에 뛰어든다고 한다. 연구와 감시의 대상이었던 소행성이 이제는 태양계 경제권의 시작을 알리는 미래 지향적 사업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농담 삼아서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 천문학자가 없어서 공룡들이 멸종했다고 말하곤 한다. 지금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천문학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멸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천문학자들은 국제적인 협업을 통해서 지구위협천체를 감시하고 있다. ‘우주감시’라는 큰 명제 아래 여러 프로젝트가 지구위협천체를 찾아내고 그 궤도를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이런 천체를 발견하고 지구인들이 대책을 세울 시간을 버는 것이다. 빨리 발견한다는 것은 이들 천체가 지구로부터 좀 더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 존재를 파악한다는 뜻이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어둡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가까이 다가왔을 때는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대책을 세울 시간이 부족하다. 2018년 6월12일 현재 크기가 1㎞보다 큰 지구위협천체 893개가 발견되었다. 920개 정도로 추정되는 이 크기의 근지구천체 중 약 97%가 발견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20년까지 크기가 140m보다 큰 지구위협천체의 90%를 발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구위협천체 감시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천체를 빨리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좋은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미국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소행성 추적 프로젝트 수석연구원인 에이미 메인저(Amy Mainzer) 박사 연구팀은 최근 작은 근지구천체를 더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근지구천체는 원래 크기가 작고 어둡기 때문에 큰 망원경을 사용하더라도 조금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발견하기가 힘들다. 메인저 박사 연구팀은 눈에 보이는 관측 대신 적외선 관측을 시도했다. 소행성이나 혜성 같은 천체는 태양에 접근하면 뜨거워지고, 그 결과 적외선 파장 영역에서 빛을 더 내게 된다. 이런 근지구천체의 물리적 특성에 착안해서 연구팀은 우주공간에 떠 있는 Near-Earth Object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NEOWISE)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적외선 관측을 수행했다. 적외선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관측하고 계산하면 이들 천체의 질량, 크기, 구성 성분, 표면의 상태 같은 물리량을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크기가 작고 어두운 근지구천체의 관측도 용이하다. 잠재적으로 지구위협천체가 될 수 있는 근지구천체의 관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빨리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야 대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들 천체의 크기나 질량 같은 물리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확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와의 충돌을 막을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빨리 발견하지만 자세히 관측한다는 것은 형용모순 같아 보인다. 하지만 소행성과 혜성과 태양의 상호작용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적외선 관측은 이 두 가지 요구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근지구천체 모니터링 프로젝트와 상보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런 새로운 관측 전략은 소행성 관측의 오래된 목적인 태양계 기원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파장에서의 이들 천체에 대한 연구는 실체에 접근하는 다른 경로이기 때문이다. 공룡은 천문학자가 없어서 멸종했다는 농담이 호모사피엔스는 천문학자가 있어서 소행성 충돌에 의한 멸종에 대비해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되고 두고두고 오래오래 인류 역사의 사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주감시’라는 큰 우산 아래 근지구천체를 모니터링하는 천문학자들이 지금 이 순간,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다.

▶필자 이명현

경향신문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대표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