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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찍은 사진, 볼수록 빠져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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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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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찍은 사진. 아이 발이 우연히 나온 건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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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찰칵!

아이가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잠겨진 핸드폰 화면을 옆으로 슬쩍 밀면 카메라가 나온다는 사실을 안 뒤, 아이는 시간 날 때마다 셔터를 누른다. 예전엔 내가 아이 얼굴에 카메라 들이밀고 셔터 누르기 바빴는데, 아이가 둘이 된 뒤 오히려 사진 찍는 일이 줄었다. 늘어나지 않는 사진 용량을 아이가 채워주는 중이다.

안방, 주방, 작은 방, 베란다까지 종횡무진하며 열심히도 찍는다. 뭘 그렇게 찍는 걸까?

"엄마 엄마, 나 좀 보세요."

"엄마, 김치 해야죠! 김치!"

"웃으라니까요! 입 크게 스마일~!"

이번엔 내 차례다. 엄마 얼굴 앞에 카메라 들이밀고 몇 번을 찍는지 모르겠다. 꼬마 사진사 요구사항 맞춰주는 게 쉽진 않다. 웃으라면 웃고 김치 하라면 김치해야 한다. '근데 왜 꼭 화장 안하고 올백머리 한 모습만 찍는 거니. 화장했을 때 찍어주면 안 되니?’

실컷 찍었는지 핸드폰 던져놓고 떠나는 아이. 도대체 뭘 찍었나 사진첩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사진들이 가득하다. 제일 많은 사진은 장난감. 인형, 자동차, 정리되지 않은 장난감들을 참 다양하게 찍어둔다. 어찌 알았는지 베란다 높은 곳에 숨겨둔 장난감도 찍었다. 장난감 다음에 많은 건 집안 곳곳의 모습이다. 주방은 주방대로, 안방은 안방대로 일단 찍는다. 그 다음 좀 더 깊이 세밀하게 들어간다. 싱크대, 냉장고, 식탁의자, 책장, 소파는 물론, 매트 무늬, 커텐, 침대 밑 시커먼 공간, 형광등까지. 물론, 도대체 뭘 찍었는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아이의 얼굴을 셀카모드로 찍었다가 실패한 것들도 잔뜩 있다.

선배 부모들이 아이가 처음 찍은 사진을 자랑하듯 보여줬던 이유를 알겠다. 사진이 어찌 이리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보고 또 보게 된다. 웃음기 하나 없이 집중하며 셔터를 누르더니, '사진 찍는 능력이 있나?’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이에게 사진 찍는 능력이 하나 생긴 것 같은 기쁨에 남편에게 공유하는 것도 모자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도 올려뒀다. 누구는 '아이가 찍은 사진 가지고 뭘’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아이가 찍은 사진은 다르다. 보면 볼수록 재밌고 이것저것 생각하게 만드는 최고의 작품이다.

아이가 찍은 사진을 보다보면 새삼 느끼는 것도 있다. 아이는 어른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피사체에, 각도, 그 모든 것들이 아이의 키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에겐 허리 아래쯤 오는 식탁의자 모서리가 아이에겐 바로 코앞에 자리하는 그 세상. 더 어린 아이들의 눈이라면 머리 꼭대기 쯤 위치할 세상을 사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아이가 찍은 사진 중에는 서 있는 엄마, 내가 있었다. 아이의 시선에서 엄마는 꽤나 높은 곳에 서 있었다. 큰 키가 아닌데도 꽤 거리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라고 말해왔지만, 아예 어른과 아이의 시선은 큰 차이가 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더 많이, 자주 아이와 눈맞춤을 할 수 있도록 아이 키 만큼 몸을 낮춰야겠다.

또 어떤 작품을 남겨주려나 기대되는 아이의 셔터소리. "엄마, 김치해요" 소리가 들리면 아주 환하게 웃어주련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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