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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21세기 빅 아이디어 ①] 우리는 왜 ‘아직도’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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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하게 굴지마라. 더 큰 세상이 있으니”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 엑스의 팔콘 헤비 로켓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NASA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에 등장했다. 예상하지 못한 강풍이 부는 관계로 발사가 하루 늦어진 만큼 스페이스 엑스의 기술자들은 긴장한 티가 역력하다. 그러나 팔콘 헤비 로켓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11일 오후 6시 35분, 최대 64톤의 화물을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는 팔콘 헤비 로켓은 힘차게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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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성이 터졌으나, 이내 주변은 침묵하기 시작한다. 기술자들도 다시 숨죽이고 로켓의 궤도에 집중한다. 본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윽고 팔콘 헤비 로켓에 실린 아랍셋(Arabsat)-6A 통신 위성이 고도 3만6000㎞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시간이 흘러 발사 후 8분이 지났을 무렵, 팔콘 헤비 1단계 로켓 3개가 무사히 발사대로 귀환한다. 외신은 즉각 이 기념비적인 사건을 전 세계로 타전했다. “상업용 로켓 발사 시대가 열렸다.”

스페이스 엑스의 놀라운 성과가 세계를 흥분시키던 날, 이스라엘 비영리기업인 스페이스IL이 쏘아올린 민간 최초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히브리어로 창세기라는 뜻)가 아폴로의 추억을 가로질러 우주로 날았다. ‘달 북위 25도 동경 15도’에 위치한 세레니티 해, 소위 맑음의 바다에 착륙하는 것이 목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베레시트는 그러나 달 상공 22㎞ 고도에서 달 표면까지 촬영하는데 성공했으나 막판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달 고도 7㎞에서 꺼진 엔진에는 다시 불이 붙었으나, 고도 150m 지점에서 결국 통신이 두절됐다. 스페이스IL은 12일 즉각 성명을 통해 “달 표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키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 엑스와 스페이스IL의 사례는 단순히 성공과 실패로 정의할 수 없다. 각자의 성패는 뚜렷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대한 목표에 도전하는 것. 스페이스 엑스도 엄청나게 많은 실패 끝에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 당장 스페이스 엑스는 지난해 초 로켓 시연을 통해 2개의 로켓은 회수했으나 중앙 로켓은 대서양에 떨어져 회수하지 못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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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할의 실패, 그래도 빅 아이디어

빅 아이디어(Big Idea), 이 단어는 현재 주로 마케팅이나 경영 현장을 비롯해 교육 등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소위 ‘발상의 전환’이라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에 집중하는 행위다. 다만 큰 관점에서 보면 빅 아이디어는 사실상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영향력을 자랑한다. 좁고 협소한 시야에서 벗어나 인류, 나아가 지구 전체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바로 빅 아이디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ICT 업계, 특히 세계 ICT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일찌감치 빅 아이디어에 집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 산호세부터 레드우드 시티를 아우르는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실리콘밸리는 1939년 HP가 자리를 잡은 후 무수한 혁신의 역사가 시작됐다. 여기에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젊은이들을 강타했던 히피 문화의 독특함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칼럼니스트 이케다 준이치는 이를 두고 저서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를 통해 “실리콘밸리를 이해하려면 히피 문화를 알아야 한다”면서 “히피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저항과 자유, 공유, 개방의 정신이 ICT로 대표되는 신선한 가능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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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체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다양한 저항의 정신이 실리콘밸리의 지향점이라면, 이곳에 모인 혁신가들이 낡은 체계를 거부하고 더 거대한 꿈을 꾸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뒤로는 주판알을 튕기며 냉정한 계산을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못해도, 스스로를 정의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설면할 때는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유다. 바로 빅 아이디어다.

문제는 빅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이다. 9할이 실패할 정도로 어렵다. 포털을 기반으로 성장한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통해 바이오 기술을 연구해도, 스마트 시티 구축을 노려도 당장의 성과는 전무하다. 우버가 승차공유를 시작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기획해도 빠른 상용화는 어렵고, 스페이스 엑스와 블루 오리진도 숱한 실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빅 아이디어를 놓지 않는다. 지금은 실패하고 어려워도, 이러한 노력들이 언젠가 모두의 삶을 단박에 바꿀 수 있는 마술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알파벳이 베릴리와 사이드랩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글로벌 시가 총액 1위 기업인 아마존이 1492팀을 가동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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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이디어의 철학은?

어두운 동굴 속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그들은 밖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이 자기들을 비추며 만들어진 그림자만 바라보는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이의 그림자는 크고 진하지만 어떤 이의 그림자는 작고 흐리다. 사람들은 그 그림자의 크기를 서로 비교하며 우위를 다투기도 한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동굴 밖으로 나가 아름다운 세상을 확인하고 다시 동굴로 들어와 사람들에게 나가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못해 동굴 속 현실에 안주하고, 소수의 사람들만 밖으로 나가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이야기다.

플라톤은 동굴 속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국가의 시스템을 논했다. 용기를 가지고 처음 동굴의 밖으로 나선 사람을 일종의 선각자로 전제해 그들이 중심이 되어 국가의 체계를 잡아야 한다는 엘리트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영웅주의’ 관점과 더불어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 이에 따른 사회의 변화적 측면에서 동굴 속 이야기는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 사람의 독특한 발상과 도전이 개인의 성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고차원적인 성과를 지향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빅 아이디어의 철학도 여기에 있다. 자유로운 히피 문화에서 태동한 빅 아이디어는 기존의 딱딱하고 고루한 산업과 차별점을 보이는 한편 수평적인 신사업인 ICT와 만난다. 여기서 동굴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감수하며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 일신의 영달이 아닌 차원이 다른 패러다임을 지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굴 밖으로 나간 사람은 굳이 부와 명예를 쫒지 않아도 된다. 부와 명예는, 그의 손에 자연스럽게 잡히기 때문이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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