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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흘러가는 봄, 추억을 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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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비즈니스워치] 방보영 jlbby100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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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대목이다.

봄은 모두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부모들에게 질문한다면 아마도

자녀가 태어나고 이름을 지어주고

또 불러주는 그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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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베이비 황병수 실장은

20년째 아기 사진을 찍고 있다.

"99년 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왔어요

군대 전역 후 복학을 했는데

사진학과가 영상학과로 바뀐 거예요.

졸업 후 교수님을 쫓아 무작정 왔죠.

경험이 없다 보니 차비 정도만 받고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는데

그마저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돈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아서

목욕탕에서 자면서 사진을 배웠죠.

1년 정도 지났을 거예요.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우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사진과 친구들이 많이 의아해했죠.

1년 동안 월급이 거의 없었어요.

월급 40만원을 받던 친구가

정말 부러웠던 시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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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지만 서울로 올 땐

화려한 꿈을 꾸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은 연예인 프로필 사진이나

패션 화보를 찍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오긴 했는데

막상 아기들 사직을 찍다 보니

저와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죠.

아기들이 너무 좋았어요.

미처 몰랐던 저를 발견한 거죠.

그 당시 한 달을 일하니까

70만원을 주시더라고요.

정말 얼마나 좋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술과 담배도 끊었어요.

아기들 사진을 찍는데

담배 냄새가 나면 안될 것 같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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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월급을 모아 샀던

첫 번째 필름 카메라입니다.

오랜만에 만져보네요.

제 사수인 실장님이 사용하던

카메라였는데 제가 샀어요.

지금은 보통 아기 사진을 찍을 때

한 번에 400~500컷 정도 찍는데

20년 전 이 사진기엔 필름이

한롤에 9장밖에 들어가지 않아서

실장님은 한 컷도 실수하지 않고

아기 사진을 담으셨어요.

혹시라도 아기가 눈을 감거나

촬영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엔

난리가 나는 거지요.(웃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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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제 입장에선 큰 모험을 한거죠.

3년간 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라는 거예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앞날이 더 캄캄했어요.

그때 아내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죠.

직접 스튜디오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대출을 받아 전부 빚으로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돈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걱정이 많다 보니

정말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어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쉬는 날 없이 3년간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빚을 다 갚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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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베이비의 대표는

제 아내인 김명조 실장입니다.

가장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죠.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그만큼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임대료까지 뛰면서 삼중고를 겪지만

김 실장 덕분에 다른 직원 없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가끔 불만 섞인 전화들이 오는데

주로 김 실장이 해결합니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준다고 해도

고객이 맘에 들지 않다고 하면

저는 항상 고객 편에서 생각하고

처리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때때로 아내 편을 들어주지 못할 때

그 섭섭함을 잘 알고 있긴 하지만

그 마음이 제가 사진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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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아기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아기들도 있습니다.

시원이는 태어난 후 돌 때까지

큰 수술을 무려 3번이나 했어요.

온몸이 바늘 자국으로 시퍼렇지만

백일부터 돌까지 사진을 찍을 때면

항상 밝게 웃어주곤 했죠.

건강한 아기도 쉽지 않은데

시원이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다른 한 아기는 시각과 청각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어

눈빛으로만 교감하며 촬영하는데

마치 대화하듯 참 행복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다 같잖아요.

제게 꿈이 있다면 마당이 있는

베이비스튜디오를 갖는 겁니다.

실내 스튜디오를 벗어나 자연광으로

아기들의 생생한 표정을 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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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포토그래퍼는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직장인으로 주말에만 사진을 찍다가

베이비 전문 포토그래퍼가 됐다.

"사진 동호회에서 활동했는데

한 분의 권유로 석 달 정도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배웠는데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제가 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힘이 하나도 안 들었어요.

10년 전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어요.

제 경험에 비춰 말씀드리면

포토그래퍼로 일한다고 했을 때

두 가지는 꼭 명심할 필요가 있어요.

아기를 좋아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마케팅을 어떻게 할 지도 중요해요.

안 그러면 금방 후회하게 됩니다.

일을 시작한 후 채 석 달도 안돼

그만두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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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웅 포토그래퍼는 직접 집으로

찾아다니면서 아기 사진을 찍는다.

"돌잔치 스냅촬영을 가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튜디오 사진보단

집에서 엄마 아빠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시장 변화를 감지했어요.

돌 스냅사진과는 별개로 평일에

베이비 야외촬영도 하고 있는데

미세먼지 등으로 매출이 떨어졌고

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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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는

일반적인 아기 촬영과 많이 달라

오히려 많은 연습이 필요했어요.

아기 옷이 신축성이 없는 경우엔

옷 입히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어서

아들을 데리고 매일 연습했어요.

한복도 엄마가 고를 수 있도록

여러 벌 가지고 다니는데

보통 하루 예약이 5~6군데여서

세탁 후 다림질도 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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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도 불경기거든요.

거리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다르지만

백일은 5만원, 돌은 6만원 정돈데

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 시작 후

매출이 3배 정도 늘었어요.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

새로운 시장이 열린 거죠.

집에서 촬영하면 장점이 많아요.

외출 물품을 따로 안 챙겨도 되고

아기 컨디션만 신경 쓰면 되는 거죠.

집은 아기가 가장 편한 공간인 만큼

사진 촬영도 훨씬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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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선

개화기 의상을 입고 사진 찍기가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선

옛 교복을 입고 사진 찍기가 유행이다.

서울 고궁 근처에선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억은 차곡차곡 방울방울 쌓여

우리의 시간이 되고 또 추억이 된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날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사진 한 컷 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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