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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대목이다.
봄은 모두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부모들에게 질문한다면 아마도
자녀가 태어나고 이름을 지어주고
또 불러주는 그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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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베이비 황병수 실장은
20년째 아기 사진을 찍고 있다.
"99년 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왔어요
군대 전역 후 복학을 했는데
사진학과가 영상학과로 바뀐 거예요.
졸업 후 교수님을 쫓아 무작정 왔죠.
경험이 없다 보니 차비 정도만 받고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는데
그마저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돈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아서
목욕탕에서 자면서 사진을 배웠죠.
1년 정도 지났을 거예요.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우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사진과 친구들이 많이 의아해했죠.
1년 동안 월급이 거의 없었어요.
월급 40만원을 받던 친구가
정말 부러웠던 시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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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지만 서울로 올 땐
화려한 꿈을 꾸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은 연예인 프로필 사진이나
패션 화보를 찍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오긴 했는데
막상 아기들 사직을 찍다 보니
저와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죠.
아기들이 너무 좋았어요.
미처 몰랐던 저를 발견한 거죠.
그 당시 한 달을 일하니까
70만원을 주시더라고요.
정말 얼마나 좋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술과 담배도 끊었어요.
아기들 사진을 찍는데
담배 냄새가 나면 안될 것 같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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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월급을 모아 샀던
첫 번째 필름 카메라입니다.
오랜만에 만져보네요.
제 사수인 실장님이 사용하던
카메라였는데 제가 샀어요.
지금은 보통 아기 사진을 찍을 때
한 번에 400~500컷 정도 찍는데
20년 전 이 사진기엔 필름이
한롤에 9장밖에 들어가지 않아서
실장님은 한 컷도 실수하지 않고
아기 사진을 담으셨어요.
혹시라도 아기가 눈을 감거나
촬영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엔
난리가 나는 거지요.(웃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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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제 입장에선 큰 모험을 한거죠.
3년간 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라는 거예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앞날이 더 캄캄했어요.
그때 아내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죠.
직접 스튜디오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대출을 받아 전부 빚으로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돈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걱정이 많다 보니
정말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어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쉬는 날 없이 3년간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빚을 다 갚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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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베이비의 대표는
제 아내인 김명조 실장입니다.
가장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죠.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그만큼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임대료까지 뛰면서 삼중고를 겪지만
김 실장 덕분에 다른 직원 없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가끔 불만 섞인 전화들이 오는데
주로 김 실장이 해결합니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준다고 해도
고객이 맘에 들지 않다고 하면
저는 항상 고객 편에서 생각하고
처리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때때로 아내 편을 들어주지 못할 때
그 섭섭함을 잘 알고 있긴 하지만
그 마음이 제가 사진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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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아기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아기들도 있습니다.
시원이는 태어난 후 돌 때까지
큰 수술을 무려 3번이나 했어요.
온몸이 바늘 자국으로 시퍼렇지만
백일부터 돌까지 사진을 찍을 때면
항상 밝게 웃어주곤 했죠.
건강한 아기도 쉽지 않은데
시원이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다른 한 아기는 시각과 청각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어
눈빛으로만 교감하며 촬영하는데
마치 대화하듯 참 행복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다 같잖아요.
제게 꿈이 있다면 마당이 있는
베이비스튜디오를 갖는 겁니다.
실내 스튜디오를 벗어나 자연광으로
아기들의 생생한 표정을 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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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포토그래퍼는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직장인으로 주말에만 사진을 찍다가
베이비 전문 포토그래퍼가 됐다.
"사진 동호회에서 활동했는데
한 분의 권유로 석 달 정도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배웠는데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제가 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힘이 하나도 안 들었어요.
10년 전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어요.
제 경험에 비춰 말씀드리면
포토그래퍼로 일한다고 했을 때
두 가지는 꼭 명심할 필요가 있어요.
아기를 좋아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마케팅을 어떻게 할 지도 중요해요.
안 그러면 금방 후회하게 됩니다.
일을 시작한 후 채 석 달도 안돼
그만두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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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웅 포토그래퍼는 직접 집으로
찾아다니면서 아기 사진을 찍는다.
"돌잔치 스냅촬영을 가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튜디오 사진보단
집에서 엄마 아빠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시장 변화를 감지했어요.
돌 스냅사진과는 별개로 평일에
베이비 야외촬영도 하고 있는데
미세먼지 등으로 매출이 떨어졌고
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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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는
일반적인 아기 촬영과 많이 달라
오히려 많은 연습이 필요했어요.
아기 옷이 신축성이 없는 경우엔
옷 입히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어서
아들을 데리고 매일 연습했어요.
한복도 엄마가 고를 수 있도록
여러 벌 가지고 다니는데
보통 하루 예약이 5~6군데여서
세탁 후 다림질도 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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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도 불경기거든요.
거리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다르지만
백일은 5만원, 돌은 6만원 정돈데
집으로 찾아가는 스튜디오 시작 후
매출이 3배 정도 늘었어요.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
새로운 시장이 열린 거죠.
집에서 촬영하면 장점이 많아요.
외출 물품을 따로 안 챙겨도 되고
아기 컨디션만 신경 쓰면 되는 거죠.
집은 아기가 가장 편한 공간인 만큼
사진 촬영도 훨씬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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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선
개화기 의상을 입고 사진 찍기가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선
옛 교복을 입고 사진 찍기가 유행이다.
서울 고궁 근처에선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억은 차곡차곡 방울방울 쌓여
우리의 시간이 되고 또 추억이 된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날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사진 한 컷 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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