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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0만을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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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조현병 환자·의사·심리학자·사회복지사·변호사 ‘끝장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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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또 사고가 났어요.”

4월24일 오전 <한겨레21>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먼저 소식을 들은 한 패널이 상기된 표정으로 창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알렸다.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를 확인했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18살 청년이 위층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는데 그가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저마다 생각에 잠긴 패널들의 표정을 살피니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세밑 서울 강북삼성병원의 임세원 교수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여론은 들끓었다. 중증정신질환자 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국회에선 “임 교수의 죽음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며 20여 개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임세원 법’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발의했다. 여론을 반영해 발의된 법안들은 주로 환자의 강제입원을 용이하게 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자유가 치료다” “과거로 회귀하는 반인권법 항의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국회에 항의 방문도 했다(제1251호 사회 ‘정신병원을 폐쇄하라’ 참조).

법안 발의만으로는 부족했다. 4월17일 오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15명에 이르렀다. 임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다섯 달이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진주 사건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창원에서 인명 피해가 났다.

모든 사건의 내용은 끔찍하고 무서웠다. ‘두려움’ 다음에 오는 것은 ‘혐오’였다. 여론은 더욱 강한 수준의 격리를 요구했다. ‘모든 정신질환자를 폐쇄병동에 가두면 사회는 안전해질까?’ ‘조현병의 유병률은 1%다. 한국에서 50만 조현병 환자를 모두 격리할 수 있을까?’ ‘현행법으로 정신질환자를 영원히 격리할 수 있는가?’ 등 근본적인 질문은 실종됐다. 왜일까.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변호사)은 “정신보건을 둘러싼 (논의) 환경이 의료계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와 언론도 의료계 목소리에 경도됐다는 것이다.

4월23일 ‘잇단 정신질환 범죄, 사법 입원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방송한 MBC 시사 프로그램 <백분토론>도 마찬가지였다. 환자 당사자나 지역보건센터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들이 빠진 토론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격리할 것인가’로만 흘러갔다. 반쪽짜리 토론이었다. <한겨레21>이 정신질환 당사자,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변호사, 의사를 한자리에 모아 의견을 듣는 ‘끝장토론’을 기획했다. 두려움과 혐오가 가린 본질을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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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섬을 주면 좋겠다. 우리가 다 거기 들어가서 살겠다. 병원에서도 삶이 없었지만 병원 밖에서도 삶이 없다. 지금은 숨을 쉬기가 어렵다. 조.현.병.환.자. 연일 뉴스에서는 진단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를 지칭한다. 집단의 혐오와 증오, 폭력에 노출돼 우리는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20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고 가족에게 여덟 번 강제입원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하 파도손) 대표가 말했다. 지친 표정이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 임세원 교수의 죽음과 경남 진주 사건이 이어지는 동안, 조현병 환자들은 사회적 낙인에 짓눌렸다.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됐다. 국회 토론이나 방송 토론, 언론 보도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이유다.

<한겨레21>은 4월24일 오전, ‘임세원 뜻 잊은 한국, 막지 못한 진주 사건’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했다. 이날 토론에는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변호사), 이정하 파도손 대표, 장창현 원진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주상현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전 임상심리학회장) 등 정신질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해관계는 서로 달랐지만 두 가지 원칙에는 모두 공감했다.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재활이 이뤄지는 ‘탈(병)원화’와 환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날 자정 넘어 ‘잇단 정신질환 범죄, 사법 입원 필요한가’를 주제로 MBC 시사 프로그램 <백분토론>이 방영됐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방송을 보았다. 이정하 대표가 토론 후기로 아쉬움을 표하면서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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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 문제, 지금이 골든타임”

이정하 살인 사건이 났을 때 정신질환을 문제로 삼아 토론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사회 안전과 우리를 연관지어 말하는 자리에 정신질환자는 없었다. 전 국민이 그 방송을 본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그렇게 환자 당사자의 목소리가 없으면 아무리 논의해도 계속 같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주상현 <백분토론>에 정신보건 문제가 나오는 게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큰 이슈였다. 진주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에게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백분토론> 방영 자체가 ‘드디어 정신보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구나, 지금이 골든타임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사법 입원’만이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막을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지상파에서 내보냈다. 실망스러웠다.

장창현 제목부터 ‘잇단 정신질환 범죄, 사법 입원 필요한가’라는 문구가 빨간 글자로 나오니 대중의 공포심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럼에도 범죄 처벌은 별개로 하고, 지역사회에서 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관심 갖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끝부분에 나와서 다행이었다.

권오용 이번 사태를 보면 꼭 세월호 참사 같다. 세월호를 들여다보면 사회 시스템의 문제였다. 그런데 세월호 선장한테만 무기징역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은 책임을 면했다. 문제의 본질은, 너무 많이 입원시켜놓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정신보건 체계다. 그런데 또 입원을 이야기한다. 판사에 의한 사법 입원을 하겠다는 거다. 본질을 비켜나간 논의다.

최진영 격리가 능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진실을 숨기고 있다. 조현병 환자만 인구의 1%고, (망상과 환각이 있는) 정신증으로 넓게 잡으면 인구의 4%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8년 정신장애 관련 입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에 속한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파악했다. 지금 범죄에 이른 당사자들이 입원 중에 사건을 일으켰나? 아니다. 인구의 4%를 영원히 어디에 가둘 것이 아니라면 그들이 언젠가 사회로 나오게 된다. 이들이 사회로 돌아왔을 때 돌보는 시스템이 없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환자 목소리 빠진 대책… 문제 되풀이”

토론회 참석자들은 강력범죄의 형사처벌과 정신보건 체계 정비의 개념이 섞이는 것에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진주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 문제가 떠오르면서 사회적 논의가 계속 중증정신질환자 격리에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최진영 범죄 사건 하나를 가지고 우리나라 정신보건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논의한다는 게 무리가 있다. 정신보건은 범죄 예방과 목적이 전혀 다르다.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을 치료하고,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자살도 예방하고 타인에 대한 범죄도 줄어들겠지만, 주목적은 효과적인 정신질환 치료가 돼야 한다.

이정하 정신건강복지법은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법이 아니라, 우리처럼 아픈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정신건강복지법 논의가 살인 사건에서 출발하면 이런 식으로 논의 방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나는 영구 임대아파트에 산다. 그 안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많다. 정신질환자도 많다. 진주 사건의 범인도 나와 비슷한 아파트에 살았다. 가난한 동네에 가난한 사람들이다.

주상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경찰이 보건소 쪽에 지역 조현병 환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지금도 똑같이 임대아파트에 사는 조현병 환자가 몇 명인지 조사한다. 우리는 주민들이 “우리 아파트에 조현병, 정신질환자가 살면 안 돼”라고 항의해서 환자들이 쫓겨날까봐 걱정하고 있다. 의료화의 한계도 지적하고 싶다. 의사들은 “약 먹으면 괜찮다”고만 하는데 현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정신질환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의 95% 이상이 병원과 의료에 집중됐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환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좀더 들여다봐야 한다.

권오용 우리나라에서 한 해 정신건강 관련 지출이 (2017년 기준) 5조372억원이다. 이 중 4조8359억원이 병원과 의료기관으로 간다. 정신보건센터나 지역사회 재활 프로그램으로 가는 건 2천억원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찾아봤는데 2007년에 정신질환 관련 의료비가 1조3천억원이었다. 매년 3천억원 넘는 사회적 비용이 늘어났다. 이렇게 많은 돈이 투입됐으면 환자가 치료되고 회복돼서 직장으로 돌아간다거나 뭔가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 의사들은 건강보험 급여로 자신이 가져가는 돈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데, 틀렸다. 그러면서 우리가 ‘탈원화’를 언급하면 “탈원화는 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양심 없는 이야기다.

장창현 약과 입원만으론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탈원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도 동의한다. 약은 심한 증상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뿐이다. 약으로 환자가 살게 할 수는 없다. 정신질환자는 약자이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다. 그동안 사회가 외면해왔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위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논의가 안 된다. 영국에선 학회를 중심으로 정신과 약물 처방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자는 국가적 캠페인이 있었다. 정신질환자들은 약물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우리가 환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직업재활이나 주거지원 등 정신질환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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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5% 정신질환… 입원율은 세계 최고

이정하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다. 환자가 의사를 믿어야 약을 먹고 약효를 발휘할 수 있다. 라포(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강제로 먹는 약은 부작용이 심하고, 환자가 공격받는다고 생각하게 한다. 관계가 잘 형성되도록 보건의료 시스템이 도와줘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회복은 일자리에 있다. 내가 생계를 책임지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존재 의미를 찾고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국가가 지원해주지 않는다.

장창현 ‘회복은 일자리고, 삶이다’라는 말, 너무 공감한다. 그것을 어렵게 하는 게 사회적 낙인이다.

“탈원화 뒤 주거 지원·직업 재활을”

이렇게 토론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탈원화’에 공감하면서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현실은 처참하다. 정신질환 치료에 꼭 필요한 심리상담사는 아예 만날 수가 없고, 정신보건센터 사회복지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현장을 떠나고 있다. 그런데도 현 보건복지부가 노인과 장애 등 모든 문제에 지역사회와 보건센터의 역할을 강조하는 ‘커뮤니티 케어’를 말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주상현 어제도 동료 한 명이 환자가 “죽여버리겠다”고 해서 퇴근도 못하고 센터에 있었는데 아무도 못 도와줬다. 치료를 잘 못 받아서 폭력성이 있는 환자에게 위협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잘못 얘기하면 환자에 대한 혐오로 번질까봐서다. 그냥 참고 가는 거다. 이렇게 일이 힘들어도 환자가 낫고 사회가 좋아지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잘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논문을 보면 복지사 한 명당 환자가 20명 이하여야 한다는데, 서울에선 50∼100명을 책임지고 있다. 진주에선 185명이었다. 말이 안 된다. 이 정도면 방문해서 인사하고, 약 먹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힘들다. 제대로 하려면 환자 당사자와 동행하면서 임대주택 신청도 도와주고, 직업 재활도 시도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환자만 살피는 게 아니다. 정신건강센터에 알코올의존증 관련 사업이 들어오고, 최근엔 자살 예방 사업의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 구민 행복지수를 매길 때 자살률을 보기 때문이다. 복지부 커뮤니티 케어도 자료 끝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담당한다”고 쓰여 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신보건센터 복지사들 근속연수가 3년이 안 된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일이 힘들고, 보람도 없고, 고용도 불안정한데 누가 버틸 수 있겠나.

최진영 현재 한국에선 (상담)심리사를 배제하는 것도 큰 문제다. 정신보건 체계가 잘 굴러가려면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그리고 심리사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 이를 담당할 사람들이 있는데도 활용을 안 한다. OECD 회원국 중 국가자격 심리사가 없는 나라는 지금 한국밖에 안 남았다.

이정하 심리지원 서비스도 반드시 필요한데 의료보험 지원이 안 된다. 모든 환자가 받고 싶어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받으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복지사 한 명당 환자 20명 적정… 진주 185명

토론을 갈무리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앞으로의 과제와 <한겨레21> 독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을 물었다.

최진영 연구자료를 보면, 어릴 때 아동학대 경험이 있으면 중증장애인이 될 확률이 높았다. 중증정신장애인은 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가해자가 될 가능성보다 더 컸다.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동네에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 지역 관련 범죄’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이나 경찰이 ‘정신질환 관련 범죄’라는 표현을 쓴다. 일반인에게는 마치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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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우리도 아프고 싶지 않다. 독감에 걸리고 싶은 사람 없지 않나. 우리도 고통 겪지 않고 치료 잘 받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 환자 당사자들이 모여서 법 개정안을 1년에 걸쳐 만들었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오랫동안 검토해서 조목조목 담았고,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꼭 관심 가져주기를 부탁한다.

권오용 우리가 쓰는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재활서비스와 심리지원, 정신질환자를 위한 주택 문제에도 돈을 써야 하고, 동료지원가 활동에도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정부에서 소수가 모여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정하 선생님 같은 환자 당사자의 활동이 중요하다. 사안을 열어놓고 모두 같이 논의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가둬놓고 사회적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병원은 조사해야 한다. 그런 병원은 문 닫게 하고, 잘못하는 의사는 면허를 취소하거나 재교육해야 한다.

“환자도 치료 잘 받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

장창현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가 정말 중요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재활기관도 너무 부족하다.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다른 환자를 돕는 ‘동료지원’을 법적으로 규정해서 확산하면 좋겠다. 진료 현장에서도 의사와 환자가 함께 치료와 관련된 결정을 하는 ‘함께하는의사결정모델’(shared decision making model)이 보편화 돼야한다. 최근 서구권 의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모델이다. 지난해부터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시간에 따른 상담 수가가 책정된 것은 이 모델이 확산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의무교육으로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상현 사실 우리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는 당사자다. 우리가 더 잘 발견하지 못해서, 관리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정신질환은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지역사회에 돌아와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지금의 재원과 구조로는 불가능하다. 조합원들에게 늘 말한다. “우리가 버텨야 한다. 버티면서 계속 문제제기해야 환자 당사자도 살고, 우리도 살고, 사회도 산다”고. 우리도 현장에서 환자들과 오랫동안 같이 일하고 싶다. 이번에 꼭 골든타임 놓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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