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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기자의 바람난과학] 21세기 바흐는 AI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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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소수 프로듀서’ 전유물 등식 깨져

- 아티스트, 파형까지 분석…고도화 된 AI 음악 추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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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독자적으로 발전한 AI의 음악 추천과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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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4대 1로 승리를 거뒀던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이제 더 이상 인간을 상대하지 않는다. 대신 AI 자기들끼리 둔다. 반면 프로기사는 AI의 수를 학습하기 바쁘다. 바둑뿐만이 아니다. 인간만이 가진 감성을 AI가 모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AI의 활약상은 음악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네이버 바이브의 AI 캐릭터 ‘키라’는 매일 밤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라디오 PD와 음악 선곡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구글은 단 두 단락의 멜로디만 입력해도 ‘알아서’ 바흐 스타일의 곡으로 작곡하는 AI 툴인 ‘두들’을 메인화면에 선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의 프로 오케스트라가 AI가 작곡한 영화 OST를 연주하기도 했다.

인간의 취향을 딥러닝이 더 잘 이해하고 소수의 프로듀서 영역으로 인식되던 작곡을 AI가 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AI가 바꿔버린 음원 추천 서비스= 음원 데이터를 처리하는 딥러닝이 적용된 음원 추천 서비스는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사용자의 음악 감상 패턴을 파악해 비슷한 취향의 사용자 그룹이 많이 소비한 음악을 추천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네이버의 바이브는 사용자의 청취 이력 뿐만 아니라 음악의 장르, 무드, 악기 등 개별 음원의 특성까지 추출해 곡을 추천한다. ‘아티스트’를 하나의 장르로 보고 아티스트 정보 값을 AI 알고리즘에 적용하기까지 했다. 라디오 청취자의 사연을 받고 있는 네이버 바이브의 AI 캐릭터인 키라는 이미 매일 밤마다 라디오 방송에서 라디오 PD와 선곡 대결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전 보통 자이언티의 ‘눈’과 양다일의 ‘고백’ 같은 음악을 듣는데 남자친구가 록 음악을 자꾸 권해요. 입문자를 위한 쉬운 록을 추천해주세요”라는 청취자 의뢰에 라디오 PD는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을 선곡한 반면, 키라는 킨의 ‘섬웨어 온리 위 노(Somewhere Only We Know)’를 추천했다. 이날 대결은 키라가 졌지만 인간 큐레이터의 지식과 경험에 의지해 분류됐던 곡 추천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추론으로 대체되는 건 결국 시간 문제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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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멜로디만 입력해도 바흐 스타일로 음악이 추출된다.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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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44%에 달하는 카카오의 멜론은 AI 기반 뮤직로봇인 ‘로니’와 나눈 카카오톡 채팅으로 사용자 맞춤 선곡을 제안한다. SK텔레콤의 플로 역시 딥러닝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들었던 곡의 패턴은 물론 곡의 파형까지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남주한 카이스트 교수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록, 오페라, 헤비메탈이 혼합돼 있다. 장르와 무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굉장히 힘들다”며 “그런데 AI가 빅데이터에 기반해 음악과 인간의 취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곡을 정밀하게 추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클릭 몇 번이면 작곡 ‘뚝딱’= 작곡 분야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IBM이나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뿐 아니라 음악 스타트업들까지 AI를 이용해 영화, 게임, 광고 음악에 사용할 수준의 작곡 툴을 제공하면서다.

AI 작곡 툴은 기본적으로 심층신경망을 바탕으로 한다. 딥러닝 통해 방대한 음악 데이터의 데이터 패턴을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장르, 템포, 길이, 음 밀도, 리듬, 무드, 악기 등 요소만 선택하면 음악이 생성된다. 지난달 21일 구글이 메인화면에 선보인 머신러닝 모델인 ‘두들’은 단 두 단락의 멜로디만 입력해도 AI가 키, 템포를 바흐 스타일로 추론해 작곡해냈다. 300개가 넘는 바흐 작품의 데이터 패턴을 추출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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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작곡 프로그램 에이바 [출처 에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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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부문에서는 룩셈부르크 소재의 스타트업 에이바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월 할리우드의 OMG 오케스트라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소니 픽처스에서 에이바가 작곡한 영화 OST를 연주해 녹음했다. 이를 위해 에이바는 3만 개가 넘는 곡을 학습했다. 이후 30개가 넘는 요소로 추론해 곡을 작곡했다. 피에르 바로우 에이바 CEO는 테드(TED) 강연에서 “모두가 자기만의 음악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음악을 작곡하는 시대가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면에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움트고 있다. ‘작곡가가 AI 프로그램으로 작곡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해당 노래를 아이돌 그룹에게 건냈다. 얼마 뒤 AI가 만든 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아이돌 그룹의 창작성이 의심받게 됐다.’ 지난 2월 열린 모의 콘텐츠 분쟁조정 경연대회에서 대상팀이 쓴 가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더 이상 가상이 아닐 지로 모른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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