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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식어가는 제조업 엔진]밖에선 추격, 안에선 타격…‘내우외환’ 한국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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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 등 주력업종 불안감 고조

- ‘글로벌 1위’ 수성도 공성도 험난…경쟁력 강화 시급

[헤럴드경제=정찬수ㆍ이태형 기자]한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이 휘청이면서 한국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 등 한국 제조업 주력 업종의 경쟁력은 밖에서는 ‘추격’을, 안에서는 ‘타격’을 당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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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 해소 시급= 최근 2년 동안 실적 신기록을 세웠던 반도체가 계속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지는 회의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운턴(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양사의 영업이익을 더한 전망치는 23조원(16조5000억원, 6조50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65조4100억원)보다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반도체 실적 감소는 올해 수출을 비롯한 한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전체 산업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14년 10.9%에서 지난해 무려 20.9%까지 높아졌다.

업계는 하반기부터 메모리 제품의 수요 회복과 재고 감소로 가격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실적도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접어든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공급 확대 가능성 등으로 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경쟁력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고,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것도 이런 현실 인식에서 나왔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과의 ‘초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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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3~4차 중소 협력사는 고사 위기= 국내 자동차 산업의 환경도 녹록치 않다.

특히 자동차 협력사들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지는 판매 감소와 실적 악화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률 감소는 부품업체의 경영 위기로 이어졌다.

실제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진행 중인 르노삼성자동차와 신설법인 단체협약으로 노사 갈등이 진행 중인 한국GM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일부 모델을 제외한 현대ㆍ기아차의 판매 감소도 협력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를 야기했다.

그나마 1차 협력업체는 나은 편이지만 침체된 업황이 3~4차 협력업체에 미치는 후폭풍은 크다. 완성차 시장의 작은 물결이 부품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로 직결되는 이유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품사들은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실정이다. 거래처 다변화가 쉽지 않고 수직계열화 구조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좁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여력이 없으니 해외 부품사의 국내 진출에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업계의 통폐합 움직임도 감지된다. 설비투자 대비 가동률이 낮아 부채비율이 높은 2~3차 협력업체가 대상으로 지목된다. 투자비 조달과 부채 감축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임금 수준이 저조한 영세 업체들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적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경기 하락과 투자심리 저하 등 환경적인 측면에 더해져 원청사격인 완성 업체들의 노사 갈등과 판매 감소가 생산성 저하로 연결되면 경영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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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불안한 조선 1위 자리= 최근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전성기였던 2007년에 비해 지난해 조선업 전체 매출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호황기에는 한해 수십억달러씩 수주했던 FPSO(부유식생산저장하역시설) 등 해양플랜트 발주는 여전히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수주 실적에서도 중국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7년만에 국가별 수주 1위를 탈환했던 한국은 올해 1월에 중국에 밀려 2위로 떨어졌다. 2월에 세계 발주량 90%를 따내면서 1위에 올라섰지만 지난달에는 다시 이탈리아보다 낮은 3위를 기록했다.

한국 조선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LNG 운반선 발주가 줄어든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사에 일감을 몰아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소 조선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LN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뿐 아니라 선종 특화기술 개발ㆍ지원으로 자생력을 키우도록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가 조선업종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692억원을 투입하는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보완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지만 중소 조선사 역량상 친환경선에만 몰두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까지 LNG선, LNG운반선에 집중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들은 자생이 쉽지 않아 선종 특화가 필요하다. 각 사별 선종 지정 및 특화기술 개발, 영업 지원 등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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