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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임원 임명 투명해야 블랙리스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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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 됐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게 사실상 전부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 김태우 전 수사관에 의해 제기됐던 의혹 등과 관련한 이른바 청와대 ‘윗선’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런 정도로는 그동안 집중됐던 의혹의 무게를 단번에 털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꼬리자르기 수사’라며 반발할 만하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는 아쉬움이 너무 많다. 가령 신 전 비서관을 조사하고 기소까지 했는데도 정작 직속 상관인 조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는 한차례도 없었다. 신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추천한 인사가 탈락하자 환경부에 경위서까지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관의 지시없이 독자적 판단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검찰이 이 대목을 밝히려고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은 지난 정권의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하나 다를 게 없다. 정권이 바뀌자 임기가 남아있는 전 정권 인사들을 표적 감사로 찍어내고 그 자리에 친정부 인사를 내려 앉혔다. 일부 추천된 후보자가 탈락하자 아예 지원자 모두를 불합격시키고 다시 공모하는 일도 있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의도적으로 도려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 맥이 같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적폐’가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전 정권 관계자들은 줄줄이 실형을 선고 받은 반면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은 모두 비켜갔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번 수사가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록 불구속이기는 하나 현 정부 출신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공공기관 인사에 무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적지않다.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그 자체만 해도 권력 핵심부에는 경종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되고 전개되는 과정을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보았다. 앞으로는 인사권 행사란 명목으로 공공연히 자행되던 불법적 인사 관행이 발을 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차제에 공공기관장과 임원 임명 절차를 제도화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권 교체기마다 터져나오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뿌리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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