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2104850 0372019042652104850 09 0906001 6.0.8-hotfix 37 헤럴드경제 0

[헤럴드포럼-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미세먼지는 과학이다!

글자크기
헤럴드경제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할 만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우리가 구체적으로 뭘 더 요구해야 하나요?”

“미세먼지 주범이 화력발전소라면,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중국에 나무를 심고 초원을 가꾸는 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면 미세먼지 잡는데 도움 되지 않나요?”

최근 전경련이 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하고 국제공조 방안을 찾고자 개최한 미세먼지 세미나에서 청중들로부터 쏟아져 나온 질문들이다.

전문가 패널토의를 마친 후 10분으로 잡혀있던 방청석 질의응답 시간이 40분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국민들은 잦은 미세먼지 탓에 숨쉬기조차 힘들어졌고, 기업들은 근로자 실외활동 제약, 제품 불량률 증가, 소비감소로 인한 매출타격의 직접적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각종 정책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업장 배출규제 강화, 노후경유차 도심진입 금지, 차량강제 2부제, 석탄화력발전 줄이기, 인공강우, 공기정화탑 설치, 심지어 고등어 구울 때 나는 연기를 규제하자는 의견도 있다.

미세먼지는 생성물질과 경로가 다양한데다 계절적ㆍ기상학적 변수가 많다. 특히 주변국으로부터의 장거리 이동성 대기오염으로부터의 영향이 매우 크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하고 합의할 수 있는 과학적 진단을 못 내리고 있다. 과학적 규명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세먼지 대책이 아이디어 수준에서 성급히 추진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대책의 실효성은 없으면서 국가가 공권력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구속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경우 중국 등 인접국가의 영향을 80% 이상으로, 연평균으로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 측 주장일 뿐, 중국은 과학적 타당성과 대표성을 문제삼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오염원별 최신 데이터 공유가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분석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호흡공동체인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 동북아 국가들과의 공동연구가 필수적인 이유인 것이다.

현재 한국이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국가들과 공동 참여하는 대기오염공동대응 기구는 ‘동북아장거리이동대기오염물질공동연구사업(LTP)’,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쉽(NEACAP)’, ‘동아시아산성비모니터링네트웍(EANET)’ 등으로 모두 2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파트너쉽은 자발적 협력 단계로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적극적인 공동연구 니즈가 부족할 뿐더러, 연구결과에 대한 오염물질 배출규제 목표 설정을 각국의 정책에 반영하는 절차적 단계도 없다. 유럽이 구속력있는 협약인 ‘월경성대기오염물질협약(CLRTAP)’과 부속 의정서로 대기오염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듯이, 우리도 역내 국가들과의 실효적 협약을 맺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연구결과에 근거해 국가별 미세먼지 감축 의무가 부과돼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우리 정부가 주변국들에게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인식 공유와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