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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는 놈끼리 봐주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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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판검사 등 공직에 있다 개업한 전관(前官)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개업 변호사의 사건 수임 건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서울의 개업 변호사가 평균 14건을 맡았을 때 전관 변호사는 그 세 배인 42건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존재 자체가 논쟁거리이기도 했던 '전관예우' 실태가 이번의 법조윤리협의회 통계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임료가 일반 개업 변호사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는데도, 이처럼 전관에게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법률시장에서 전관예우는 '퇴직한 판검사가 맡은 사건을 후배인 현직 판검사가 봐주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듯 전관 변호사가 인기를 끄는 것은 현직 판검사들이 그들을 봐주거나, 봐줄 거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전관들의 프리미엄은 현관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직들이 전직들을 실제로 봐주는지는 알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전관예우의 관행이 있음을 단호히 부정한다"고 했지만 지금의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관예우가 없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다"고 했다니, 봐주는지 안 봐주는지는 그저 어림짐작으로 가늠할 수밖에.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건 당사자들은 현직과 전직 간에 서로 '끼리끼리 봐줄 것'이라는 믿음에 비싼 돈을 싸들고 전관들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다. 돈을 들여 전ㆍ현직 간의 음험하고 부당한 유착을 사겠다는 것이고, 이것이 전관 변호사들을 배불리고 있는 것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이 어디 한 철 옷 고르듯 충동구매 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겠는가. 얼마나 많은 상황을 고려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겠는가. 실제 전관을 사서 재미를 봤다는 사례는 주변에 적지 않다.


어찌 법률시장뿐이겠는가. 서로 아는 놈끼리 봐주고, 끼리끼리 해먹는 연고주의는 어디에나 만연해 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공직에 출마했던 한 인사가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가서 "나를 뽑아줘야 동문들이 승진도 하고, 사업도 잘되지 않겠느냐"고 꼴값을 떨었던 풍경도 있다. 사실 아는 처지끼리 봐주고 밀어주는 '끼리끼리' 행태는 결을 달리하며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덕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덜 떨어진 행태로 취급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문제는 '범죄적 연고주의'다. 그동안 우리가 범죄적 연고주의에 대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가. 아는 놈끼리 봐주다 보면 그 뒷감당은 결국 누가 하게 되던가. 아는 놈 대접한다고 죄 있는 놈 무죄로 만들면, 생업에 종사해야 할 백성이 포클레인 몰고 검찰청으로 돌진하게 된다. 아는 사이라 해서 최순실 봐주고 우병우 봐주다 결국 촛불에 타 죽은 게 지난 정권의 모습 아닌가. 세월호야말로 범죄적 연고주의의 집대성이었고, 끼리끼리 봐주고 해먹다 죄 없는 어린 학생 수백 명이 결국 수장되지 않았던가.


범죄적 연고주의가 똬리를 틀고 기승을 부리는 한 촛불을 백번 천번 만번 들어본들 무망한 꼴이 되고 만다. 이번 법률시장의 전관 봐주기 통계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전관 탓할 게 아니다. 공직에 있는 현관이 문제다. 현관들의 범죄적 봐주기 행태를 척결하지 않고는 어림없다. 군자는 군이부당(群而不黨)이라고 했던가. 끼리끼리 어울리더라도 죄는 짓지 말자.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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