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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홈마를 아시나요?] “발바닥이 욱신욱신”… 기자의 일주일 홈마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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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ㆍ18ㆍ19일, 홈마들과 동행 진행

-대부분 “좋아서 홈마한다”…일부는 상업주의 지적

헤럴드경제

16일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앞에 선 홈마와 팬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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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우ㆍ김유진 기자] “야 다리 아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지난 16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앞. 기자는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을 홈마들과 함께 기다렸다.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많이 고픈데 오랜시간 서 있으니 다리까지 저려왔다. 함께 현장에 대기하던 회사 후배에게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프리즘타워 인근 설렁탕집을 들러 내장탕을 시켰고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식사 후 프리즘타워에 나가보니, 아침부터 ‘홈페이지 마스터(홈마)’ 김경민(30ㆍ가명) 씨가 밝은 모습으로 기자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방금 아이즈원 맴버 두 명이 건물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이동했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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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이 현장을 빠져나가자 달려가고 있는 홈마와 팬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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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였다. 아이즈원이 드나드는 장면을 찍기 위해 기다렸지만 식사를 하고 오는 그 짧은 시간 사이 이미 기다렸던 아이즈원은 현장을 떠났던 것이다. 후회감이 밀려왔다. ‘후, 괜히 밥을 먹었나...’ 허탈했다. 무심결에 한숨이 나왔다.

기자는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의 ‘홈마 체험’을 하기 위해서 최근 상암동을 찾았다. 최근 K팝(K-Pop) 아이돌 시장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홈마들의 일상, 문화, 고충을 보고 듣고 체험하기 위해서다. 촬영기술이 좋은 일부 홈마들은 팬들 사이에서는 ‘금손’이라고 불린다. 금손 홈마들이 촬영한 결과물은 아이돌을 홍보하는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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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촬영한 아이즈원 맴버 미야와키 사쿠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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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이즈원의 스케줄이었다. 언제, 어디서 아이즈원이 활동을 하는지 알아야한다. 일정은 공식 팬클럽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체험 첫날인 16일 아이즈원은 오전 11시 SBS MTV 더쇼 녹화, 오후 3시 MBC FM4U ‘2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 일정이 있었다. 

많은 팬들이 몰려든 프리즘타워는 오전 6시께부터 팬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9시께 촬영이 있는 원더나인(1THE9) 녹화에 참여하는 팬들이었다. 이들은 줄을 섰다가 오전 9시 즈음에 건물 안으로 입장했고, 이후 계속해서 팬들이 줄을 섰다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홈마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현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현장에서 만난 것은 김 씨였다. 본래는 다른 걸그룹 홈마로 활동한다는 김 씨는 “이날 일본 친구들을 위해서 아이즈원 촬영을 나왔다”고 말했다. 홈마 활동을 하는 이유는 ‘아이돌이 좋아서’다. 그는 2008년 소녀시대 데뷔부터 현재까지 홈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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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튿날 열리는 KBS 뮤직뱅크 녹화에 사진을 찍기 위해 홈마들이 KBS 본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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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에 따르면 홈마들은 주로 ‘아이돌의 공식일정에 맞춰서’ 활동을 한다. 아이돌들은 대개 월요일을 제외한 7일 중 6일동안 일정이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SBS MTV 가요프로그램 ‘더쇼’ 촬영이 있는 날이다. 수요일에는 MBC 뮤직의 ‘쇼 챔피언’, 목요일은 엠넷의 ‘엠 카운트다운’, 금요일은 KBS ‘뮤직뱅크’, 토요일은 MBC ‘쇼 음악중심’, 일요일은 SBS ‘인기가요’가 촬영이 순서대로 진행된다. 아이돌은 간간히 라디오나 예능프로그램 촬영도 있고, 팬사인회 등 비방송 공식행사를 갖기도 한다. 홈마들도 주로 공식행사를 통해 아이돌을 접한다. 

김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새, 많은 홈마들이 프리즘타워 앞에 모여들었다. 두꺼운 렌즈가 달린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있는 20~30대 남성이 다수였지만, 여성 홈마들도 많았다. 홈마들 주위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홈마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생겼다.

현장에 온 홈마들은 사진을 ‘소장하거나, 무료로 공유한다’고 말했다. 아이즈원 이전에는 걸그룹 ‘여자친구’를 좋아했다고 한 강의주(29ㆍ가명) 씨는 “아이즈원 혼다 히토미 팬이라 시간이 날 때면 사진을 찍으러 현장에 나온다”면서 “사진을 촬영해서 팔아본 적은 없다. 사진 찍는 실력이 늘게 된다면 맴버들의 사진을 모아 전시회는 해보고 싶다”고 했다. 홈마 오성진(25ㆍ가명) 씨도 “홈마들 중에는 사진을 찍어서 파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공유 목적만을 삼는 경우도 있다”면서 “나도 찍은 사진을 팔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서 공유만 하고 있다”고 했다. 

홈마들은 사진을 촬영해 판매하는 이도 많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진을 찍어 판매하는 이들은 ‘대리찍사(대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로 불린다. 판매가는 촬영대상의 스타성, 사진퀄리티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대개 촬영이 힘들수록 장당 가격이 올라간다. 사진 100장에 7만~8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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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들은 촬영을 위해 카메라 외에도 다양한 도구를 동원했다. 홈마들이 들고다니며 사용하는 의자.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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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들에게 힘든점이 없냐고 물었다. 이들은 자리를 비울 수 없는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김 씨는 “나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연예인이 나와버리는 징크스가 있다”면서 “자리를 비운 순간에 연예인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씨도 “다리가 아픈 것보단 내가 맡은 자리를 남에게 뺏기는게 문제”라면서 “좀 버텨봐라. 한번이 어렵지, 계속 서서 기다리다보면 서 있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라고 했다. 홈마 B 씨는 “아이돌들의 차량 번호를 외우면, 조금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아이돌들이 현장을 떠날 때는 매니저가 와서 차에 시동을 건다”고 조언했다.

오후 12시 30분께는 밥을 먹으러 갔다가 아이즈원 맴버들이 잠시 밖에 나온 모습을 놓쳤다. 40분정도 식사를 하고 오니, 아이즈원 맴버 두 명이 건물 밖으로 잠시 나간 모습이었다. 현장에 남아 있던 홈마들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오늘 유독 예쁜 것 같다”며 들뜬 듯 대화를 나눴다. 

오후 1시 30분께, 여성가수 3명이 건물 밖으로 나오고 현장이 술렁였다. 지난해 데뷔한 아이돌그룹 카밀라가 건물 앞에서 팬미팅을 한다고 했다. 카밀라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기에 쫓아 갔는데 사인이 담긴 싱글앨범을 줬다. 

아이즈원 맴버 전원이 프리즘타워를 빠져나간 것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방송국 건물에서 남성 직원 한 명이 나와 아이돌 맴버들이 지나갈 길을 텄고, 이후 두꺼운 외투를 걸친 아이돌 맴버들이 건물에서 나왔다. 아이즈원 맴버들이 건물에서 나와 차에 타기까지 시간은 1분이 채 걸리자 않았다. 홈마들은 들고온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맴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곳곳에서는 팬들이 ‘쿠라(미야와키 사쿠라)’, ‘히토밍(혼다 히토미)’ 등 별명을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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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받은 카밀라 사인반.[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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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준비한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하지만 너무 멀찌감치 자리를 잡은 탓에 제대로 건진 것은 거의 없었다. 제대로 앵글을 잡아서 찍은 사진들도, 대개 눈을 반쯤 감거나 인상을 찌푸린 사진들이었다. 홈마 오 씨는 기자의 사진을 보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되도록 정면, 그리고 차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야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가수를 생각하면 오늘 찍은 사진은 그냥 다 삭제하심이...” 

기자는 ‘참 쉬운게 없구나’ 생각했다. 4시간을 밖에서 기다린 탓에 발바닥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이날 외에도, 18일 CJ E&M 사옥, 19일 KBS 여의도 별관 앞에서도 홈마들과 함께 체험을 했다. 기자가 해본 홈마체험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홈마들은 최소 2시간씩을 현장에서 아이돌을 기다리는 데 썼다. 특히 KBS 뮤직뱅크 녹화는 홈마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상당수 홈마들은 전날 밤부터 현장을 찾았다. 18일 오후 7시께 CJ E&M 녹화현장에서 KBS 여의도 본관앞으로 이동했는데, 벌써 60여명의 일행이 모여 있었다.

체험 과정에서 일부 홈마들의 비도덕적 행동도 목격할 수 있었다. CJ E&M 사옥에서 열린 엠카운트다운 녹화 현장이 그랬다. 엠카운트다운 녹화장은 출연자들이 1층에 위치한 화장실을 사용하는 구조였다. 일부 홈마들은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오는 스타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일부 스타들은 팬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운듯 얼굴을 가렸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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