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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광화문 금호아트홀의 마지막 '아름다운 목요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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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마지막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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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련할 것만 같던 슬픔의 공간을 채운 것은 역동적이고 긴박하며 자유로운 사운드였다. 별이 소멸할 때 오히려 더 광채를 내뿜는 것처럼.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가 25일 밤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펼친 공연 '메모리스 인 광화문'의 앙코르로 선택한 곡은 프랑크 피아노 5중주 3악장이다.

'실내악의 성지'로 통한 광화문 금호아트홀의 마지막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 비올리스트 이한나(34), 첼리스트 김민지(40), 피아니스트 김다솔(30),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31)·이재형(30)은 슬픔에만 빠져 있지는 않았다.

김민지는 한 손에 첼로를 꼭 쥔 채 말했다. "오늘 (광화문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마지막 공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정을 다잡으면서 준비했는데 훌륭한 음악가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는 마라톤에서 결승점을 앞두고 전력질주하듯 앙코르 연주를 끝냈다. 수차례 커튼콜을 하는 동안 기립박수가 10분간 끊임없이 이어지자 막내 이재형이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금호아트홀은 박성용(1932~2005)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2000년 당시 신문로 금호빌딩 3층에 20억원을 들여 390석 규모로 지은 실내악 전용홀이다. 이곳의 메인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목요일'의 전신은 1997년 시작한 '금호 갤러리 콘서트'다. 2000년 금호아트홀 완공 후 '금요 스페셜' 시리즈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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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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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기획 시리즈 10주년을 맞이해 목요일로 공연 시간대를 옮기고, 현 이름인 '아름다운 목요일'로 변경했다. 금요일 저녁에 여행을 떠나는 등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것도 감안했다.

매년 50회 이상 공연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900회 이상 공연했다. 1997년부터 따지면 1050회가 넘는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정경화, 피아니스트 김대진·김정자·백혜선, 첼리스트 정명화 등 국가대표급 연주자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 스위스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이고르 오짐, 러시아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 등 해외 거장들이 이 시리즈를 통해 공연했다.

또 금호아트홀은 국내 공연장 최초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통해 음악가들에게 안정적으로 실험할 무대를 제공해왔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상주음악가를 지냈다.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2019년 상주음악가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광화문 금호아트홀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고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 유망주들이 금호영재콘서트,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등을 통해 발굴됐다. 스타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조성진 등이 어릴 때부터 이곳을 마치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이날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멤버들과 함께 명연을 들려준 이한나도 마찬가지다. 이한나는 연주를 마치고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내 자리가 높다 낮다는 아니고, 금호아트홀이 없었다면 이만큼 많은 연주자들과 연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단지 슬픔이 찾아오는 정도가 아니라 집을 잃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항상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연주했던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실내악과 독주회를 할 때 가장 좋은 어쿠스틱을 내는 곳이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프랑크 피아노 5중주 3악장을 연주한 것은 "마음 같아서는 슬픈 곡을 연주하고 싶었는데, 정말 슬프면 큰일 날 것 같았다. 눈물바다가 될 것 같은 거다. 아쉽지만 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니, 희망찬 느낌의 퀸텟 중 좋아하는 곡으로 멤버들과 함께 골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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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금호아트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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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승의 독주회가 광화문 금호아트홀의 마지막 공연이지만, 사실상 금호아트홀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목요일' 마지막 공연날인 이날이 청중에게 작별을 고하는 날이다.

아쉬움을 만회할 만큼 본공연도 명연이었다. 1부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 제1번은 벼락같았고, 2부 슈만의 피아노 5중주 E-플랫 장조는 공간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는 앙상블이 일품이었다. 금호아트홀을 자주 찾는 바이올린계 대모 정경화도 객석에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처음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멤버로 합류한 이재형은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멤버로 한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라면서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먹먹해했다.

금호아트홀은 클래식기획자를 키워낸 공간이기도 하다. 강은경(49) 서울시향 대표, 박선희(44)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이사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연팀을 거쳤다.

이날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본 박 대표는 "처음 기립박수를 쳐봤다"며 아쉬움과 감동을 전했다. "금호에 있을 때 기립박수를 치지 못했던 이유는 몸 담은 사람으로 관객을 보조하는 스태프로서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하지만 기립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금호 직원이더라도 그랬을 거다. 연주자들이 너무 고맙다. 오늘 연주자들이 굉장히 울음을 참고 했다"고 했다.

관객들도 아쉽기만 하다. 금호아트홀은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소셜 미디어에 '굿바이 광화문 헬로 신촌'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을 남겨 추억 공유를 청했다. 특히 상당수 관객은 이곳을 거쳐간 연주자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에 살며 금호아트홀을 자주 찾았다는 30대 중반의 회사원은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씨 연주를 좋아했는데 오늘은 그가 특히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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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 연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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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리더였던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1985~2016)는 급성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대단한 연주력을 자랑했던 권혁주와 금호아트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인연은 깊다. 이날 무대에 오른 이한나가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멤버다.

이한나는 금호아트홀을 자주 찾는 팬들을 기억했다. "객석이 가까우다 보니 청중들 얼굴이 다 보인다. 자주 금호아트홀을 찾는 분들은 고정 객석이 있다. 그 분들을 볼 때마다 뭉클했다"고 한다.

광화문 금호아트홀이 들어선 현 대우건설 빌딩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소유가 아니다. 임대 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새 입주자가 들어오면서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

광화문 금호아트홀 프로그램들이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신촌 연세대에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된 이유다. 5월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첫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0),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35)가 함께하는 '다 카포: 처음부터, 새롭게' 공연이 열린다. '다 카포'는 연주에서 '처음부터'라는 뜻이다.

광화문 금호아트홀이 한국 실내악의 역사를 만들었다면, 금호아트홀 연세는 실내악의 미래가 되는 셈이다. 이재형은 "광화문 금호아트홀의 연주가 금호아트홀 연세의 발판이 된다. 마지막이 곧 시작이니, 새롭게 마음을 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한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도 여전히 있으니 파이팅"이라고 긍정했다.

박 대표는 최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떠올랐다면서 "지금은 사람들이 그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빨리 재건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금호아트홀이 그 상황인 것 같다. 소중한 보석 같은 연주자들을 잘 간직하고 신촌으로 옮겨서도 계속 잘 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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