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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특사 환대·韓특사 홀대?…시진핑 '자리의 정치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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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선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 中서 의전은 정치·외교 행위 / 시진핑, 일본 특사와 마주앉아 회담…중일관계 밀착 반영 / 2017년 이해찬 특사 하석에 앉혀 / 사드 갈등 이후 한중관계 분명히 해 / 2018년 정의용 특사 때도 좌석배치 안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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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총리 특사로 방중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 마주 앉아 회담을 진행한 모습이 전해지면서 한국 내에서 ‘자리의 정치학’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이해찬 전 총리(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난해 3월 역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찾은 정의용 국가 안보실장을 면담할 당시 시 주석은 상석에 앉고, 대통령 특사를 아래 사람 대하듯 접견한 모습과 대비되면서 한국 특사 홀대론이 제기된 것이다.

절대 권력자와의 ‘물리적 거리’는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외교는 내용과 형식이 각각 절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의전’은 외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념으로 무장하고, 체제 선전을 중요한 국가 기능으로 보고 있는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의전은 또 다른 하나의 정치·외교 행위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보도한 사진에는 시 주석과 니카이 간사장이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회담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마주 앉아 회담을 진행한 것은 최근 밀착 행보를 보이는 중⋅일 관계를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니카이 간사장에게 오는 6월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직접 전했다. 시 주석이 G20 참석을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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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2017년 5월 1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모습. 차이나데일리


시계를 1, 2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보낸 한국 특사를 대할 때와는 자리 배치가 달랐다. 2017년 5월 19일 이해찬 전 총리는 대선 직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중했다. 이 전 총리가 시 주석의 오른쪽에 앉고, 시 주석은 회의 테이블의 가운데 앉았다. 이런 자리 배치는 2013년 1월 23일 박근혜 대통령 당시 김무성 특사가 시 주석과 2008년 1월 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시 박근혜 특사가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옆에 나란히 앉은 것과 비교된다.

중국 매체는 당시 시 주석과 이 전 총리의 면담 자리 배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상석과 하석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리 배치는 중국이 요구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한·중 관계 정상화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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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직후 당선된 캐리람 홍콩 행장장관(왼쪽)이 시 주석을 면담하는 모습. 신화망


캐리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시 주석과 면담한 사진을 보면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캐리람 행정장관은 2017년 4월 11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 당선 후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면담한 바 있다. 당시 중국 매체에 보도된 시 주석의 접견 사진은 캐리람 행정장관을 자신의 오른쪽 자리에 배치했다. 이 구도는 문 대통령 특사 자리배치와 거의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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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했을 때의 모습. 중신망


지난해 3월 방북 직후 중국을 찾은 정의용 실장 방중 당시에도 이런 자리 배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한국 언론은 상대국 대통령 특사를 마치 중국 관리 대하듯 자리 배치 했다며 상석과 하석 논란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침묵했다.

중국 스스로 의전과 자리 배치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의 중국 매체의 보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4월 초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위해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류허 부총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직후 기자회견 장소에서 트럼프 대통령 우측에 앉았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과거 류 부총리의 방미 당시 자리 배치와 달랐다며 “류 부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며 “미국이 담판 상대에 더 많은 존경과 중시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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