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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00년을 함께 울고 웃고…우리가 사랑한 한국영화 10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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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탄생 100돌을 맞아 <한겨레>와 씨제이(CJ)문화재단은 감독·제작자·평론가·프로그래머·영화사 연구자 등 다양한 영화계 전문가 38명이 참여하는 선정위원회를 꾸려 지난 석 달 동안 한국영화 100년을 대표하는 100선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1934)부터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까지 최종 100편의 목록이 완성됐다.

선정위원장을 맡은 이장호 감독은 이번 선정 작업을 “한국영화 100년 역사와 즐거운 소통”이라며 “한국 영화가 밟아온 지난 100년의 자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100편의 작품들을 오는 20일부터 12월 말까지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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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십자로>에서 <부산행>까지….

<한겨레>와 씨제이(CJ)문화재단이 함께 한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선정 작업은 그간 한국영화가 한줄씩 한줄씩 새겨온 나이테를 시대별로, 감독별로, 장르별로 꼼꼼히 헤아려보는 작업이었다. 이는 지난 100년간 만들어진 1만편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한 100편을 선별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감독, 제작자, 평론가, 프로그래머, 학자 등 다양한 영화 관계자로 구성된 선정위원 38명이 한국영화사에서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꼽아보는 과정이었다. 선정위원들은 “지난 석달여의 작업 끝에 선정된 100편이 독자들에게 과거의 영화 역사를 돌아보고, 동시대의 영화를 즐기며, 미래의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100편의 작품 중 선정위원들이 가장 주목한 작품들은 무엇인지, 시대별로는 어떤 분포를 보였는지, 어떤 감독의 작품이 많이 선정됐는지 등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의 결과를 더욱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본다.

■ 가장 주목받은 10편은?

1~2차 선정 작업을 통해 최종 100선에 오른 작품 중 다수의 선정위원이 주목한 작품은 <바보들의 행진>(하길종·1975), <오발탄>(유현목·1961), <하녀>(김기영·1960), <바람 불어 좋은 날>(이장호·1980),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1998), <살인의 추억>(봉준호·2003), <마부>(강대진·1961), <올드보이>(박찬욱·2003),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배용균·1989), <꼬방동네 사람들>(배창호·1982), <바보선언>(이장호·1984) 등이다.(<꼬방동네…>와 <바보선언>은 동률)

길종철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주제가인 ‘고래사냥’으로 대표되는 1970년대 청년문화와 유신 시대의 억압 속에 발버둥 치는 청춘의 고뇌를 그린 <바보들의 행진>,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시초로 불리는 <오발탄>, 당대 한국 사회의 계급·계층 문제와 인간의 욕망 등을 스릴러적인 장르로 풀어낸 <하녀>, 197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강남 개발 열풍이라는 시대상을 통해 계급 격차 등의 문제를 대중적 리얼리티로 풀어낸 <바람 불어 좋은 날>,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예술성을 세계에 알린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등 모든 작품이 한국영화사의 명작들”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중 21세기에 나온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했으며, 비평가들에게도 인정받았고, 국외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는 등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경우에 속한다”고 말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10편 모두 한국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공인된 작품이기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듯하다. 다만 이번 작업을 통해 재발견, 재조명된 작품이 포함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임권택·이창동 감독 ‘최다’
보편적 고뇌로 어필
80년대 시대 정신 읽어낸 작품도 눈길

운동으로 영화 시작한
‘코리안 뉴 웨이브’ 평가 받아
‘상계동 올림픽’ ‘파업전야’ 등
독립영화도 존재감 드러내


■ 시대별로 살펴보면?

이번에 선정된 한국영화 100선을 시대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청춘의 십자로> <미몽> <자유만세> 등 1930~40년대 영화가 3편, <피아골> <미망인> <자유부인> <시집가는 날> <지옥화> 등 1950년대 영화가 5편, <하녀> <오발탄> <맨발의 청춘> <휴일> 등 1960년대 영화가 12편, <별들의 고향> <삼포 가는 길> <영자의 전성시대> 등 1970년대 영화가 8편, <고래사냥> <씨받이> <칠수와 만수> <개그맨> 등 1980년대 영화가 18편, <서편제> <비트> <접속> <쉬리> 등 1990년대 영화가 24편,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 <박하사탕> <왕의 남자> 등 2000년대 영화가 26편, <시> <무산일기> <지슬> <부산행> 등 2010년대 영화가 4편이었다.

정성일 평론가는 “1970년대 작품이 1960년대보다 적게 꼽힌 것만 봐도 1970년대 유신 독재 정권이 자행한 검열을 통한 탄압이 문화예술을 얼마나 훼손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짚었다. 길종철 교수는 “1990년대~2000년대 영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영화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산업적으로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토대가 된 작품들, 이를테면 <결혼 이야기>(기획영화), <쉬리>(블록버스터), <여고괴담>(장르영화) 등이 다채롭게 꼽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만 영화로 불리는 <왕의 남자> <괴물> <부산행> 등 대중과 함께 호흡한 작품들이 명단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 감독별로 살펴보면?

100편의 작품을 감독별로 분류해보면, 시대별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감독들의 발자취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많은 작품을 명단에 올린 감독은 각각 5편씩 꼽힌 임권택 감독과 이창동 감독이다. 임권택 감독의 경우 <만다라> <짝코> <길소뜸> <씨받이> <서편제>가, 이창동 감독의 경우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가 100선에 선정됐다. <별들의 고향>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 4편을 올린 이장호 감독이 뒤를 이었고, 이만희·김기영·배창호·박광수·박찬욱·봉준호·이두용·장선우 감독은 각각 3편씩을 명단에 올렸다.

윤성은 평론가는 “임권택 감독은 1962년부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100편 이상의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낸 감독이기에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며 “이창동 감독은 최근작 <버닝>을 빼고는 모든 작품이 명단에 올랐다. 국외 영화제에서도 다수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점, 작가주의적 경향이 짙으면서도 인간의 보편적 고뇌와 감수성을 담아내는 주제의식에 대한 평가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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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치하 고뇌·강남 개발 열풍…
가장 주목받은 10편에
시대사 오롯이
‘암흑기’ 증명하듯
70년대 작품은 8편뿐

90년대 영화산업 르네상스
21세기 ‘천만 관객’ 열어


정성일 평론가는 “대중적 성공을 거두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배창호 감독은 1980년대 한국의 스필버그라는 평가를 받은 감독이다. 이장호 감독은 <별들의 고향>으로 시작해 한 시대의 영화 정신을 이끌었던 감독으로, 그의 영화를 읽는 것은 시대를 읽어내는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길종철 교수는 “운동으로 영화를 시작한 세대인 장선우·박광수·이명세 감독 등은 충무로에 입성해 ‘코리안 뉴 웨이브’로 불리며 1980~1990년대 영화산업의 전환기에 새로운 가교 역할을 했다. 이들의 작품이 2~3편씩 이름을 올린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주요 독립영화도 100선 올라

이번 영화 100선에는 한국 독립영화사의 변곡점을 만들었던 독립영화도 다수 꼽혔다. 88올림픽 때문에 집을 빼앗기고 내쫓긴 사람들의 사연을 다룬 첫 독립 다큐영화 <상계동 올림픽>(김동원·1988), 노조 결성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파업전야>(장산곶매·1990), 독립영화의 밀레니엄을 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류승완·2000), 간첩으로 몰린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그린 <경계도시 1·2>(홍형숙·2002),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담은 <송환>(김동원·2004), 로테르담영화제 등 국외 영화제에서 16관왕을 수상한 <똥파리>(양익준·2009), 293만여명을 동원한 독립영화 대표 흥행작 <워낭소리>(이충렬·2009), 제주 4·3항쟁을 다룬 <지슬>(오멸·2013) 등이다.

안정숙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한국 다큐영화의 효시인 <상계동 올림픽>을 시작으로 미학적 완성도를 갖춘 것은 물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다양한 독립영화가 100편에 속한 것은 상업영화가 하지 못하는 독립영화만의 역할과 의미에도 충분히 시선을 두고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100편 명단에는 빠졌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음으로 다룬 <오! 꿈의 나라>나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등도 함께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어떻게 선정했나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기념해 100편의 영화를 뽑는 작업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를 거쳤다. 우선 선정위원 38명에게 1919~2018년까지 개봉한 주요 영화 중 1200편의 목록을 제공한 뒤 각 100편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1200편은 지난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영화 100선’ 선정 당시 여러 요소를 고려해 뽑은 1000편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해당 연도 흥행 1~20위, 국내외 영화제 초청·수상 기록, 영화잡지 <씨네21>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영화 1~10위에 포함된 작품 등 200편을 취합한 것이다.

이어 선정위원 38명이 각각 선정한 100편 목록을 수합한 결과를 놓고 지난달 4~5일 이틀 동안 ‘1차 오프라인 회의’를 열어 위원별 선정기준과 적합성 등을 논의했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318편의 2차 후보 목록을 작성했으며, 선정위원단은 이 목록을 토대로 또다시 각 100편의 영화를 뽑았다.

■ 선정위원 명단(총38명)

강우석(감독) 길종철(한양대 교수) 김도훈(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김동원(감독)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봉석(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우(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진(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김형석(평론가) 김혜리(씨네21 편집위원) 남다은(평론가) 남동철(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남인영(동서대 교수) 배장수(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 배창호(감독) 변재란(순천향대 교수) 심재명(명필름 대표) 심혜경(영화사 연구자·중앙대 전임연구원) 안성기(배우·CJ문화재단 이사) 안정숙(인디스페이스 관장) 양경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오동진(평론가) 윤성은(평론가) 이동진(평론가) 이명세(감독) 이장호(감독) 이춘연(씨네2000 대표) 임순례(감독) 전찬일(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 정상진(엣나인필름 대표) 정성일(감독 및 평론가) 정지욱(평론가) 조영정(여성영화인모임 이사) 주성철(씨네21 편집장) 최용배(청어람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허문영(시네마테크부산 원장)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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