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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버스파업은 모면했지만 문제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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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출근길 ‘버스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15일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전국의 대부분 지역 버스노조가 파업을 철회·유보했다. 전국 버스노사는 협상 끝에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분 보전과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당장의 불은 끈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버스요금을 올리고, 광역버스에도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라고 하지만 결국 돈으로 해결한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예견된 사태에 수수방관하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 때 노선버스 기사들은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당연히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버스기사는 임금 보전을, 버스회사는 새로운 기사 채용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구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런데 1년여간을 수수방관했다. 정부는 전국 버스노조 파업 선언에 ‘주 52시간제와 관계없는 임금협상용 카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지자체는 정부에 재정을 통한 보전비용 요구로 맞섰다. 그러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결국 승객과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이번 버스노사 합의로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경기지역 버스요금은 200~400원 오른다. 충남과 충북, 세종과 경남도 올해 안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또 정부는 광역버스를 준공영화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버스 등 대중교통은 준공영제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비용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세금이나 요금 인상 외의 방법은 없다. 준공영제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입에 발린 말로 성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과 동떨어지면 역풍을 맞는다. 버스기사들의 주 52시간제 도입은 당연하다. 버스기사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자 복지증진이며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이 부담하는 교통요금이 늘고,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원금을 받는 버스회사들의 회계가 불투명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 52시간제는 2년 뒤 5인 이상 사업장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이중고가 예상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취지를 살리되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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