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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나의 5.18]이 시대 역사적 '빚' 제대로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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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 ] [the300]정세균 전 국회의장

머니투데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오월이다. 1980년 5월 계엄 철폐와 신군부 퇴진을 외치며 시민들이 군사독재에 맞섰던 그날이 있는 오월이다. 39년이 흘렀다.

5.18 당시 나는 종합무역상사의 회사원이었다. 일상에 치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던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은 광주의 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강산과 시대가 여러번 바뀌었지만, 그때의 그 아픔은 여전히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있다. 5.18은 시대의 아픔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을 살아갔던 모든 이들의 마음 속 빚이기도 해서다.

이후 그 아픔과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15년이 지난 1995년, 기업을 그만두고 김대중 총재와 함께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참여했다. 광주 시민의 고귀한 희생으로 일군 민주주의의 기초 위에 작은 주춧돌을 하나씩 얹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국민의 분노는 성난 파도처럼 일어났고, 나도 수많은 시위 인파 속에 파고들었다. 결국 1995년 12월 ‘5.18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은 수감 됐다.

5월의 영령들이 일깨운 민주주의의 역사가 국민의 힘으로 실현되는 것을 보며 나는 정치에 입문했다. 그 이후 여섯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동안에도 5.18은 변함없이 내 과제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장 임기 중 험난한 과정을 거쳐 2018년 3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으로 전두환, 노태우가 처벌받은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천신만고 끝에 제정되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진실과 정의의 실현은 참으로 지난한 과정임을 다시금 느꼈다.

여전히 그 길은 멀기만하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아직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39년이 지났지만 5.18 희생자들을 향한 무책임한 망언에 유족들은 국회 앞 땅에 주저앉아 울어야 했다.

진실을 찾는 길은 더디기만한데, 오월은 매년 찾아온다. 국가의 폭력이 인권을 유린하고,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일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다시 오월, 5.18의 숭고한 외침을 가슴 깊이 기억한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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