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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대기업도 공기업도 인건비 쇼크, 이건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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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들어 기업들의 인건비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올 1분기 매출 상위 30개 기업의 비용과 실적을 분석했더니 인건비를 뜻하는 직원 급여 총액이 12조5424억원으로 2017년 1분기에 비해 22.9%나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일시적으로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10.4% 늘어났다. 지난 2년간 인건비 증가율은 직전 2개년의 15배가 넘는다니 말 그대로 '인건비 쇼크'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 일자리 정책에 부응해 인원을 늘린 공기업들은 더 심각하다.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2014~2019년 공공기관 인건비 현황'을 보면 올해 339개 공공기관의 인건비로 편성된 예산이 28조434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10.7% 증가한 액수다. 2016년 32만9003명이었던 임직원 수가 2년 새 5만4388명 증가하며 인건비도 큰 폭으로 뛴 것이다. 문제는 순이익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도 대책 없이 인원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92.9%나 급감했다. 실적이 악화되는데 인력을 늘리는 이런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어제 발표한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73개사의 연결재무제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6.9%와 38.8% 감소했다. 상장사 4곳 중 1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더해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탓이지만 인건비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인건비 쇼크 원인은 기본급의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데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 기업들이 직원을 늘리거나 인력을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인건비 쇼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하락과 미·중 무역전쟁, 내수 침체 등 국내외 경영 환경이 나빠지며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건비 부담은 더 커졌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규 투자는커녕 기존 인력을 축소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임금 상승을 전제로 한 소득주도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부작용이 큰 정책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기업이 인건비 같은 소모성 비용 대신 신제품과 혁신 기술 개발에 재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우리 경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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