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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리비아 피랍 한국인 귀국…"악몽같은 315일, 가족 그리워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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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경위 묻는 질문엔 "다음에 답하겠다"

"315일간 저를 구출하기 위해 애써주신 대통령님과 외교부 직원들 그리고 아부다비 대사관 직원들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한국인 주모(62)씨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전 11시 40분 입국장 게이트를 나선 주씨는 취재진에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고생한 아랍에미리트 정부 및 관계기관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악몽 같은 315일을 저와 함께 해주셨던 주님께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조선일보

작년 7월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한국인 주모씨가 피랍 315일 만에 석방돼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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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수로(水路)관리 회사인 ANC에서 20여년간 근무한 주씨는 작년 7월 6일 같은 회사에서 근무 중이던 필리핀인 3명과 함께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당해 최근까지 인질로 잡혀있었다. 리비아는 2014년부터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됐지만, 주씨는 생계를 이유로 정부 허가없이 리비아에 체류 중이었다.

다소 지친 기색의 주씨는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여러분이 신경 써주셔서 그런지 건강은 좋다"면서도 "살은 10㎏이 빠졌다"고 말했다.

피랍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힘들었고 음식이 맞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답했다. 다만 피랍 경위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답하겠다. 3일간 잠을 못 잤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주씨는 리비아에 아직 남아있는 한국인들에 대해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한 뒤 외교부 직원들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정부는 주씨의 피랍사실이 확인된 뒤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TF'를 꾸렸다. 리비아 정부는 물론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우방국 정부와 공조해 인질 억류지역과 신변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작년 8월에는 백주현 전 카자흐스탄 대사를 외교부 장관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에 파견해 리비아 정부와 조속한 석방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리비아 앞바다에 급파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리비아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리비아국민군(LNA)'과의 협력을 통해 주씨를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리비아에는 한국인 4명이 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귀국을 거부한 채 체류 중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여권무효화 조치와 여권법 위반에 따른 고발 조치를 했다.

한편 이번 피랍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582일 만에 풀려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피랍사건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긴 피랍사건으로 기록됐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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