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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개 매달고 운전, 압사해도 처벌 못하는 '이상한' 동물운송 관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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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목적 운송만 처벌 가능, 전문가들 '개정 시급' 한목소리

뉴스1

개의 목줄만 묶은 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차 (사진 A씨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반려동물을 트렁크나 트럭 뒤에 싣거나, 개에게 운동을 시킨다며 차에 목줄을 묶고 달리는 등 위험천만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철장 안 개들을 빼곡히 싣고 달리는 개장수 트럭은 여름이면 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 관련법으로는 이같은 행위를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물운송'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 운전자들 아찔…"신고해도 방법 없다고 말해"

"차가 움직일 때마다 개가 놀라서 움찔거리고 중심 잡으려고 애 쓰는데 너무 불쌍했어요"

부산에 사는 A씨는 지난 14일 운전 중 개를 견인차로 보이는 차량 뒤에 싣고 목줄만 묶은 채 도로 위를 달리고 것을 발견했다. 자칫 차가 크게 흔들리거나 접촉사고만 나도 개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위태로워 보이는 개를 보면서 운전하는 데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다른 운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해에 사는 B씨는 지난 10일 철장에 개들을 싣고 달리는 트럭을 발견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B씨는 개들이 '헥헥'거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에 사진을 찍어 지방자치단체로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동물운송법이나 동물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15일에는 군산시 나포면 인근 도로에서 개를 쇠줄에 매달고 달리는 봉고차를 출근중인 시민이 발견해 발생해 동물단체에 제보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제보자는 차를 세우고 봉고차 운전자에게 항의 했지만, 운전자는 "천천히 달리니 문제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봉고차 운전자를 고발했다"고 밝히며 "이미 이와 유사한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고 언론에 보도됐지만, 또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앞선 사건들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것도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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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수 트럭으로 보이는 차량에는 개들 여러마리가 실려 있었다 (사진 B씨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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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군산시 나포면 인근 도로에서 개를 쇠줄에 매달고 달리는 봉고차를 출근중인 시민이 발견해 발생해 동물단체에 제보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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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제9조(동물의 운송)…'영리 목적'으로 동물을 운송하는 자에 한해

동물보호법 제9조(동물의 운송) 1항에 따르면 동물을 운송하는 자 중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자는 Δ운송 중인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급격한 출발·제동 등으로 충격과 상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 Δ동물을 운송하는 차량은 동물이 운송 중에 상해를 입지 않고, 급격한 체혼 변화, 호흡곤란 등으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을 것 Δ병든 동물, 어린 동물 또는 임신 중이거나 젖먹이가 딸린 동물을 운송할 때에는 함께 운송 중인 다른 동물에 의해 상해를 입지 않도록 칸막이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 Δ동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동물이 들어있는 운송용 우리를 던지거나 떨어뜨려서 동물을 다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말것 Δ운송을 위하여 전기(電氣) 몰이도구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영리 목적으로 동물을 운송하는 자'에 한하며 오직 Δ동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동물이 들어있는 운송용 우리를 던지거나 떨어뜨려 동물을 다치게 했을 때 Δ운송을 위해 전기 몰이 도구를 사용했을 때에만 한정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반려동물을 위험하게 이동하거나 위 두 가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동물이 고통 받아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 지방 개농장에서 이송되는 개들은 업자들이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많은 개를 철장 안에 넣다 보니 물건처럼 마구 구겨 넣어 팔 다리가 꺾이는 것이 다반사다. 장시간 물 한 모금도 먹지 못한 채 이송돼 개들이 탈진하거나 밑에 있는 개들은 압사되기도 하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실제 2012년 7월에는 한 블로거가 제주도 여행 중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는 여객선에 탑승한 개장수 트럭을 발견하고 찍은 사진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제주시는 '행정지도'에 그쳐 동물단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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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 블로거가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는 여객선에 탑승한 개장수 트럭을 발견하고 '악마 개장수'라는 제목으로 올린 사진.(사진 뉴스1 DB)© News1


◇운송중 발생하는 '동물학대'…실제 처벌 극히 드물어

채수지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운송 중의 동물은 장시간 사료와 물을 전혀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미비한 안전장치나 열악한 시설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에 노출된다"며 "특히 개농장에서 운송되는 개들은 좁은 케이지 안에 여러 마리가 들어가 그 과정에서 상해를 입거나 질식, 압사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경우 현행 동물보호법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써 '동물학대'에 해당되지만, 실제로 실무에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동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선 동물 운송에 대한 규제와 처벌 근거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채 변호사는 상업적 동물 운송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독일, 스위스 등이 국가는 상업적 운송에 있어서 이동시 제공되어야 하는 필요공간과 동물 간 분리, 급이와 급수, 이동시간에 따른 처우 등 동물의 복지를 위한 조치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산업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업적 동물 운송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법을 마련해야 하고, 나아가 수사단계에서 기존 동물보호법의 일반 학대 조항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yeon737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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