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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대북 인도적 지원·개성공단 방북 승인…꽉 막힌 대화 물꼬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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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주도해 온 미국과 공감대 속

정부, 그동안 미뤄왔던 사안 '결단' 내려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관계 개선 '마중물' 기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인도지원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또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처음으로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 대북제재를 주도해 온 미국과의 공감대를 이뤄 그동안 미뤄왔던 ‘결단’을 내린 모양새다. 다음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 여론 봐가며 추가 대북 식량 지원

사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공여는 2017년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의결까지 거쳤던 사안이다. 당시 세계식량계획(WEF)과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약 95억원)를 공여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 기조 속에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교추협 의결을 거쳐 자금이 실제 집행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지원이 된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정부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 달러(약 9억5600만원)를 지원한 것이 마지막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추가 추진도 예상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잇따라 신형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리며 ‘저강도 도발’에 나서면서 국내 대북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북한의 식량난을 감안해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을 실시한다는 방침 아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규모 등에 대해선 국민 여론을 모아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 본 개성공단 일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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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美와 공감대 형성

이와 함께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처음으로 공장 설비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기업인들은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3차례, 문재인 정부에서 6차례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신청했다. 그러나 번번히 무산됐다가 이번 9번 째 신청에서 승낙을 받아낸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배경에도 역시 미국과의 공감대 형성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이 공단 재가동을 준비하는 ‘신호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도 과거와 달리 방북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 쪽으로 최근 기류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만남 등을 통해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은 공단 재개와 무관하며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대변인은 “미국과는 기업인의 자산점검 방북 추진 취지나 목적, 성격 등 필요한 내용들을 공유해 왔다”며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북미 대화 물꼬 틀까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남·북·미 관계의 긍정적 ‘모멘텀’ 확보를 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이 아닌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일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전격 결정했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원조’를 ‘하나를 주고 열을 빼앗으려는 약탈의 수단’이라고 규정하며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을 재차 독려하고 나섰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8일 올해 안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도 안하겠다고 할 정도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갖고 있고, 한미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다”면서 “한미정상회담 때까지 북한은 최대한 받아내기 위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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