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2564075 1112019051952564075 03 0301001 6.0.6-RELEASE 111 서울경제 0

[단독]전기요금 누진제 '여름 완화' 지속 검토

글자크기

저소비 가구 4,000원 할인은 지속

한전 경영난 심화에 부분 개편 선회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민관 태스크포스(TF)가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 달에 전기를 200kwh 이하로 쓰는 가구에 월 4,000원 한도로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필수사용량보장공제’는 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최종안은 정부가 한국전력의 부담 완화를 위해 어떤 안을 제시할지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에너지 업계와 TF 위원,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TF는 지난 15일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개편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TF는 애초 여름철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키우는 누진제를 폐지할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경우 한전의 적자가 심각해진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완화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에너지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여름철 누진제 한시 완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됐다”며 “다만 구체안을 조율 중이어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달 초중반까지 논의한 뒤 오는 7월부터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진제 한시 완화안이 확정되면 완전 폐지보다는 덜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올 1·4분기 영업손실이 6,299억원에 달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TF는 한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최종안이 확정되는 대로 공청회를 열어 개편 권고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정부가 권고안을 확정하면 한전은 이에 맞춰 전기 기본공급약관을 개정한다.

구체적인 누진제 완화 기간이나 사용량 기준의 조정 수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상 초유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여당과 협의를 거쳐 7~8월 전기요금 누진 1·2단계 사용량 기준을 각각 100kwh씩 상향 조정했다. 현 누진제는 1구간 0~200kwh(93원30전), 2구간 201~400kwh(187원90전), 3구간 400kwh 이상(280원60전) 등 사용량 단계가 올라갈수록 1kwh당 요금이 점증하는 3단계로 구성된다. 누진 1·2단계의 사용량 기준을 높이면 해당 사용자들은 그만큼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효과가 있다. 당시 정부는 누진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한 결과 “7~8월 에어컨을 하루에 약 3시간씩 가동한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이 10만4,000원선에서 7만6,000원대로 26%가량 할인된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철 한시적 요금 인하로 발생한 한전의 부담액은 3,6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폭염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전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사회적 배려계층 감면분인 35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보전해주지 않았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탓에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TF 내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사용 기업에 부과하는 부담금으로, 주로 전력 관련 연구개발(R&D)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한전 적자 보전에 사용하는 것은 기금의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금은 특별회계예산이어서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고 절차가 굉장히 복잡해 TF가 검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전의 부담 완화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직접 “한전 사장도 월 4,000원의 보조를 받는다”면서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필수사용량보장공제’는 존치시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번 준 복지는 뺏을 수 없다는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여당이 내년 총선 전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되 그 부담은 한전이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는 결국 한전이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적자를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수사용량공제 혜택도 없애지 못하고 여름철 누진제만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용 누진제 개편이 확정되면 한전의 적자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세금을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정부와 국회가 그렇게 해줄 리 만무하다”며 “결국 산업용 요금 등을 조정하는 데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정해진 안은 없다”고 설명했다./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