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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K-LG 美 소송 본격화에… 정부 ‘배터리 기술 유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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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ITC 자료 제출 위해 국가 핵심기술 수출 승인 요청
정부 "기술 유출 가능성" 우려.. 산업기술보호委서 심사할 듯


정부가 LG화학이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과 관련, 배터리 기술 공개 수준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양사간 소송으로 국내 기술이 유출될 경우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와 유관기관들은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회의를 가졌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소송이기 때문에 현황 파악과 함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미국에서 양사간 소송의 대상이 되는 영업비밀과 기술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상 국가 핵심기술인지에 대해서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면 기술 정보 공개에 까다로운 제약이 따른다. 정부는 산업부 고시를 통해 전기자동차용 등 중대형 고에너지밀도 리튬이차전지 설계, 공정, 제조 및 평가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선정해 놓고있다. 다만 이번 소송의 대상이 여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 기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지난달 미국 국제 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을 유출해 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LG화학은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꼽았다. 증거제시 절차란 소송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소송 관련 정보,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양측 소송 대리인들에게 증거 자료에 접근하는 걸 허용하는 제도다. 상대측이 요구한 자료가 해당 기업의 기밀이더라도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송 당사자 역시 일정 부분의 정보를 법원에 제공하고 이에 걸맞은 상대방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LG화학은 ITC에 자료 제출을 위해 정부에 '국가 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로 선정됐기 때문에 기술 내용이 해외에 제공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LG화학의 신청이 접수되면 산업부 산하의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전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배터리 기술이 해외 소송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어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기술보안학계 관계자는 "소송 중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있겠지만 유출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사가 고용한 로펌을 통해 중국 등으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로 지정하고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로 기술 정보가 제공되는 것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내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액이 110조원을 넘어서면서 반도체를 바짝 뒤쫓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해 연말 국내 배터리 업계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식재산 분쟁이 해외에서 제기돼 해외 경쟁 기업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술 보호 최종 책임자인 정부는 ITC가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듯 우리 정부도 국익을 기준으로 기술반출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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