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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승기]34년 ‘국내 세단 대표’의 화려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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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쏘나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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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한국 세단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1985년 중형 세단 스텔라의 고급 모델로 등장해 8세대까지 ‘혈통’을 유지해온 유일한 국산 세단이기도 하다. 34년 동안 꾸준히 성능을 개선해왔는데, 이번 모델은 특히 외양이 이전 세대보다 화려해졌다. 유명 스포츠카와 비슷한 형태의 라디에이터그릴, 세련된 ‘도시남자’ 이미지의 보닛, 미래 지향적인 테일램프, 도로에 착 달라붙은 듯한 저중심의 차체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뿐인가. 운전 편의성은 최근 시승한 차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특히 ‘차로유지보조(LFA)’ 시스템은 감탄할 만하다. 간단히 운전대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차가 알아서 차선의 중심으로 달린다. 시내도로, 지하터널처럼 차선을 벗어나면 충돌할 위험이 있는 곳에서도 차선 중앙을 잘 지켜 불안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는 이 기능이 더욱 진화한다. 시승 구간인 서울~일산 간 외곽순환도로가 부천시 부근에서 꽉 막혀 있었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를 활성화시키고 원하는 속도를 세팅했더니 운전대 조타는 물론 가속과 제동 조작까지 차가 알아서 해준다. 시내도로에서는 차가 완전히 정지하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야 재출발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HDA가 이 조작까지도 자동으로 해준다. 1분 이상 완전히 정차해 있어도 앞차가 떠나면 곧바로 출발했다. 중고속으로 달릴 때 차선 중앙을 달리는 수준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만큼 부드럽다. 정교한 운전대 조타로 시속 110㎞가 넘어도 차로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고 매끄럽게 달렸다.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음성인식 기능도 8세대 쏘나타의 장기다. 쏘나타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능을 차용했는데, 내비게이션 음성인식은 완벽할 정도다. 목소리를 조금만 높이고, 또박또박 발음하면 실수가 거의 없다. 자유로를 주행하며 내비게이션 음성인식 수준을 테스트해 봤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483-1번지’라는 복잡한 지번을 찾아달라고 했음에도 해당 지번 내 점포 여럿을 동시에 안내해 주었다. 음성으로 실내 온도조절도 가능했다. 시승 당일 바깥 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가 “에어컨 켜줘”라고 명령하니 찬 바람이 나왔다. 풍량이 너무 강해 “온도를 높여줘”라고 했더니 바람 세기가 줄었다.

서스펜션도 독일차 세팅만큼 탄탄하다. 고속주행 안정성도 높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가 세련된 외모와 높은 사용자 편의성을 갉아먹는다.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0㎏·m가 나오는 가솔린 2.0ℓ 가변밸브타이밍(CVVL) 엔진은 쏘나타의 ‘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토크가 너무 낮다. 트랜스미션도 8~9단이 대세인 시대에 6단으로의 ‘후진’은 조금은 당혹스럽다.

엔진 트러블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며, 제조 원가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가 즉답적으로 나가질 않으니 답답할 때가 많았다. 킥다운(가속페달을 내리꽂듯 깊이 눌러 기어를 2~3단 낮추는 동작)을 해도 ‘웅’ 하고 엔진 회전수만 높아질 뿐 쉽게 원하는 속도가 나질 않는다.

충돌이나 추돌 사고를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급제동과 급가속이다. 이런 점에서 가속에 필요한 적정한 출력은 안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쏘나타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에 대해 현대차 연구원들이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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