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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관세 25%, 중국이 모두 낸다” 트럼프의 말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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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관세 작년보다 배 넘게 급증

미 국민 vs 중 업체 … 부담론 격돌

미 물가 2%, 소비자 충격 아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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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연설을 통해 ’대중 관세는 우리 국민이 아니라 중국이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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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많은 사람은 우리 국민이 부담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부담한다. 나를 믿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율의 대중국 관세가 결국 미국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란 주장에 반박하며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여기에 공장을 짓는 걸 고려하고 있다”며 “다른 대안은 우리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공정한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비껴갈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금 인상으로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게 상식이지만 세계 최대 무역시장인 미국이 중국에 피해를 어떻게 전가하느냐가 쟁점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관세 수입은 479억 달러(약 57조2644억원)에 달한다. 2017년 330억 달러와 비교하면 149억 달러(45%)가 늘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해선 135억 달러에서 230억 달러로 95억 달러(70%)나 더 거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500억 달러어치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2000억 달러어치 품목에는 10%의 관세를 순차적으로 부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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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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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중 관세 수입 올 700억 달러 전망=미 의회예산국(CBO) 등은 올해의 경우 관세 수입이 중국에서만 500억 달러, 전체적으로는 700억 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일 또다시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절차를 개시한 나머지 중국의 대미수출 3000억 달러까지 같은 관세를 부과하면 대중 관세 수입만 연간 1000억 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 중국의 연간 대미 수출 총액인 5000억 달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1250억 달러(149조여원)에 이른다.

눈덩이처럼 커진 관세를 미국 소비자와 중국 제조업체 가운데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학계에선 정반대의 연구결과가 맞서고 있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대중 수입 의존을 쉽게 대체할 수 있는지, 즉 ‘수입 탄력성’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프린스턴대·컬럼비아대의 경제학자들간 공동연구에선 “최소한 지난해까지 대중 관세를 포함한 철강·알루미늄·세탁기 등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은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했다”고 결론 내렸다. 대외 관세를 10% 올릴 경우 국내 물가가 9.95% 올랐다는 것이 근거다. 이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웨인스타인 컬럼비아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25% 추가 인상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월 88억 달러, 가구 평균 70달러를 추가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저소득층에게는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유럽경제재정정책연구소(EconPol)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에서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어치에 부과된 관세율 25% 가운데 4.5%포인트만 소비자 물가 인상에 반영됐고 나머지 20.5%포인트는 중국의 제조업자가 원가를 낮춰 부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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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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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수입 탄력성이 높은 품목만 골라서 관세율을 올렸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 연구 결과를 트윗에 직접 인용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대형 공장에 보조금으로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전체 통계 지표로 봐도 소비자에 대한 큰 충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0.3%(전년 동기대비 2.0%) 오르는 데 그쳤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올해 목표치인 물가 인상률 2% 달성을 이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회예산국도 관세 인상이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개인 소비 지출을 각각 0.1%포인트씩 늘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대미 수출 올해 들어 감소세=중국의 대미 수출은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접어들며 관세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인구통계국 통계에서 미국의 대중 수입은 1231억 달러에서 1059억 달러로 13.9%포인트 줄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올해 1분기 대중 평균 관세율(12.4%)보다 수치상 하락 폭이 크다.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가운데 1분기 대미 수출이 줄어든 나라는 중국 외엔 철강·알루미늄 관세 충격이 컸던 캐나다(-3.4%)뿐이다. 반면 유럽연합은 60억 달러(5.2%), 베트남은 46억 달러(40.2%), 멕시코는 44억 달러(5.4%), 한국은 30억 달러(18.4%) 대미 수출을 늘렸다. 중국 제조업체가 아니라 미국의 수입업자, 결국 소비자가 높은 관세 탓에 수입선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산 휴대전화 수입은 지난해 1분기 대비 29.2%가 줄었다. 대신 베트남·한국·대만에서의 수입이 늘었다. 중국산 가구 수입도 21.4% 줄었다. 베트남산 가구가 상당 부분 중국산을 대체했다. 중국도 보복 관세로 대미 수입을 줄였다. 지난해 1분기 때는 미국 원유 수출의 23.4%를 차지하던 중국이 올해는 2.8%에 그쳤다. 미국의 대중 수출은 1분기에만 60억 달러(18.8%) 감소했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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