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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학 축제 술 판매 금지 1년…“술 없으면 안되지” 각종 꼼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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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틈새 노려 술 가져와 축제 주점 운영

-대학가 주점 여전히 성행

-학생들 “1년의 한번 축제인데 술 좀 마시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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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교의 주점에 붙인 현수막. [박상현 인턴기자/park.sanghyun1@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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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ㆍ박상현 기자] ‘술 그만 마셔-그게 뭔데’ ‘그만 마시라고-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지난 15일 축제 준비가 한창인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학교 운동장. 술과 관련된 재치있는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천막 부스 뒤쪽에는 소주와 맥주가 상자 째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학생들은 술 상자를 수레에 실어 술상자를 옮기거나 직접 어깨에 소주박스를 걸쳐얹고 뛰는 등 분주했다.

대학 내 주류 판매 금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마셨다. 지난해 교육부와 국세청은 면허나 허가 없는 술 판매를 못하도록 했다. 수십년간 관행처럼 이어져왔던 대학 축제 때 술 판매 처벌 유예를 이제는 해주지 않겠다는 지침이었다. 교육부와 국세청의 지침에 따라 대학 축제에서 술을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동안 용인 되던 축제 음주가 금지 되자, 학생들은 변화구로 승부했다.

경희대의 경우 주류판매허가를 받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과 총학생회, 주류업체가 계약해 주류별로 하루 600병까지 판매하는 조건으로 술을 판매했다. 수익은 근로장학금 등 다른 학교 사업에 쓰기로 했다. 축제 3일 간 교내 판매 부스 두 곳에서, 맥주와 소주 등 총 1만 800병이 판매됐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 김수혁(23) 씨는 “학생들은 술을 마실 수 있어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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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교의 주점에 붙인 현수막. [박상현 인턴기자/park.sanghyun1@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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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허점을 노린 각종 꼼수도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에서는 술값을 받지 않고 기부금 형태로 돈을 받았다. 동아리 설명을 듣고 서명하면 술을 공짜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한 학교에서 만난 재학생 이모(21)씨는 “술값은 기부금 형식이기 때문에 돈을 줘도 되고 안 줘도 된다”며 “현행법에서 금지한 것처럼 학생이 술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술값을 계좌이체로 몰래 입금하는 사례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안주를 사면 술을 끼워 파는 식으로 술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예를 들어 안주가 8000원이고 술이 1500원이면 계산할 때 계좌이체로 9500원을 보내주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주류 판매 면허가 없는 이들의 주류 판매는 법에 저촉되지만 대학 내 음주 자체는 허용된다는 점에서 대학 앞 편의점에서 술을 사와 마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일부 학교 앞 편의점은 평일 대비 10배가 넘는 주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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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교 주점 앞에 술박스가 놓여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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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판매는 금지됐지만 축제에서의 주점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경희대 주류 판매 부스 중 한 곳의 소주는 지난 16일 오후 7시에 판매를 시작해 오후 9시 47분 600병이 전부 매진됐다. 경희대 생협 관계자 이재훈(34) 씨는 “원래 12시까지 술을 판매 할 계획이었는데 오늘은 예상보다 일찍 술이 완판됐다. 어제에 비해서도 빨리 술판매가 완료된 편”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축제기간 주류 판매 금지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동국대 학생 원수빈(21) 씨는 “다들 편의점에서 술을 사 오기 때문에 축제 음주 문화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불편함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재학생 이모(23) 씨는 “1년에 한번 축제기간 놀겠다는 건데 갑자기 원칙 운운하며 술을 판매 못하게 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며 “안그래도 대학이 취업 양성소로 바뀌며 낭만이 없어졌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윤종건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주세법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는데, 정상적으로 주류 판매 허가를 가진 분들이 대학 축제 주점을 국민 신문고나 세무서에 제보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허가를 받지 않은 대학 주점은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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