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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 "오로지 화웨이만"…중국서 고조되는 '애국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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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 화웨이 매장 고객들로 '북적'

인터넷선 "화웨이 지키자" 넘어서 "애플 불매" 주장까지

연합뉴스

고객들로 북적이는 중국 상하이의 화웨이 매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0일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의 화웨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화웨이 스마트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19.5.20 cha@yna.co.kr (끝)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금까지도 화웨이 휴대전화를 썼지만 앞으로도 반드시 화웨이 제품만 쓸 거예요."

20일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南京東路)에 있는 화웨이 매장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이날 새로 산 스마트폰 노바4 상자를 손에 든 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징둥루는 하루 유동 인구가 100만명에 달해 상하이 최대 번화가로 손꼽히는 곳이다.

1㎞에 달하는 난징둥루의 차 없는 거리 가운데에 연달아 설치된 광고판은 모조리 화웨이 광고가 차지하고 있었다.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인 P30 광고가 뒤덮은 난징동루 거리는 마치 '화웨이 거리'를 연상케 했다.

이날 점심 무렵, 난징둥루 중심의 화웨이 체험 매장은 100명에 가까운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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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화웨이 매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0일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의 화웨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화웨이 스마트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19.5.20 cha@yna.co.kr (끝)



10여명의 매장 직원들은 전략 스마트폰인 P30을 필두로 한 다양한 스마트폰 제품과, 노트북, 액세서리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 곁에 바짝 붙어 상담하느라 조금도 쉴 틈이 없는 모습이었다.

중국의 '5G 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가 미국 기업과 원칙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제재 대상이 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중국인 사이에서는 '애국 소비' 열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매장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화웨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선도 기업으로 성장한 매우 대단한 중국의 기업"이라며 "지금 메이트20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화웨이 스마트폰을 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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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쇼핑 1번지' 난징둥루의 화웨이 매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에 있는 화웨이 매장. 난징둥루는 중국의 경제 중심 도시 상하이에서도 최대 번화가로 손꼽히는 곳이다. 2019.5.20 cha@yna.co.kr (끝)



적지 않은 중국인들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개별 기업이 아닌 자국을 향한 공세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듯했다.

관영 매체들이 한국전쟁 영화를 연일 조명하는 등 노골적 방식으로 '애국주의', '반미' 열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애국 소비' 주장 목소리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욱 강렬하게 표출되고 있다.

'晴天'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다음에는 화웨이 제품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핍박을 받는 시기, 모두가 단결해야 하는 시기에는 더욱 조국의 상품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656372****'도 "미국이 화웨이를 압살하려고 하지만 중국인들의 나라 사랑 정신은 더욱 타오르고 있다"며 "10여년 동안 애플의 옹호자였던 나도 애플을 버리고 화웨이나 샤오미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인들의 '화웨이 수호' 열풍에도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통제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들은 물론 구글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들까지 화웨이와 협력 중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화웨이는 중국을 제외한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온전한 제품'을 공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일 보고서에서 미국 제재가 계속된다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 2억580만대에서 올해 1억5천600만대, 내년 1억1천960만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연간 24%와 23% 감소한 수치다.

한편, '화웨이 지키기' 열풍 고조 속에서 인터넷에서는 애플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공격적인 누리꾼들의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qwq'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미국이 화웨이를 억압하는 마당에 우리도 반드시 애플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를 높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애플 불매 운동은 아직 광범위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애플이 미국 회사이기는 하지만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주력 상품이 대부분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중국 곳곳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애플 불매 운동이 중국에도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화웨이 매장에서 걸어서 5분쯤 거리에 떨어진 애플 스토어에도 역시 평소처럼 많은 중국인 소비자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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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고객 많은 중국 상하이 애플 스토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0일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아이폰 등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19.5.20 cha@yna.co.kr (끝)



애플 스토어 앞에서 만난 20대 청년 후(胡)씨는 "화웨이는 중국의 선도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표적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가 잘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폰을 손에 든 그는 "미국과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소비할 때 어느 나라의 것인지보다는 상품이 어떠한가를 놓고 따진다"며 "아이폰은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와는 달리 활용도가 넓은 창의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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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VS 화웨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0일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에 있는 애플 스토어 앞에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 P30 시리즈 광고물이 서 있다. 2019.5.20 cha@yna.co.kr (끝)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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