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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LG 구광모 체제 1년…순혈주의 깨고 신속, 과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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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구광모 LG 대표와 부회장단이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된 고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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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20일로 꼭 1년이 됐다. 구 회장 별세 직후만 하더라도 국내 4대 기업 중 한 곳인 LG의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41) ㈜LG 대표 체제는 재계 안팎의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최근 구 대표를 대기업집단 LG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오히려 LG의 의사 결정이 이전 대비 신속하고 과감해졌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구 대표가 실리콘밸리와 LG전자 뉴저지법인 등 미국에서 일하며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 화담 구본무 회장 1주기, 구광모 대표 체제는
구 대표가 이끄는 LG그룹은 일단 쉴새 없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투자를 집중할 성장 동력을 추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이번 딜에는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은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도 최근 미국 듀폰에서 OLED 재료 기술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구 대표는 현재 반기 별로 실시되는 계열사별 사업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LG의 사업보고회는 상반기엔 중장기 사업 방향, 하반기엔 당해연도 실적을 평가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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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앞줄 왼쪽 셋째) LG 대표가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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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21일부터 사흘간 OLED TV, 자동차 전장, 로봇, 5G 스마트폰 등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논의할 전망이다. 28일에는 LG디스플레이가 사업보고회를 연다. 한 LG 관계자는 "고객 가치라는 본원적 가치에 집중하면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혈주의도 '새 술은 새 부대' 맞아 깨뜨려
순혈주의 역시 깨뜨렸다.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지난해 말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1974년 창립 이후 LG화학에서 외부 CEO를 맞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인사 혁신은 LG의 기업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신 부회장은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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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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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역시 ‘지산지소(현지생산-현지소비)’ 원칙에 맞춰 재조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LG전자 스마트폰 공장의 생산 중단 결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LG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이전은 진즉 결단을 내렸어야 했던 일”이라며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계속하려면 피할 수 없던 결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는 16분기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필요 없거나 성과가 나지 않는 부문이라면 속도감 있게 접는다. 대표적으로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ㆍLG화학ㆍLG CNS가 공동 투자한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지난 2월 청산하기로 했다. 5000억원가량 투자했지만, 수소연료 분야에서 기대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LG화학은 액정(LCD)용 편광판, 유리기판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수처리 사업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곡 사이언스파크 완공으로 인해 활용도가 떨어진 경기도 안양 연구소 역시 매각 대상이다.

"차별화된 고객 가치 창출해야"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우리의 길을 걸어가자." 이날 추모식을 위해 LG가 마련한 영상 마지막 부분에 담긴 고 구본무 회장의 어록이다. 구광모 대표 역시 올해 신년사에 고객을 30차례나 언급하면서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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