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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pick]"北, 핵시설 5곳 중…" 비화 공개한 트럼프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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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1~2곳만 폐기하려 해, 내가 '3곳 어쩔 것이냐' 해"

교착 책임론 北에 돌리려는 속내…내년 대선정국 의식

北 '연말 시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의지…'빅딜' 고수

北 발사체 언급 피한 채…"실험 없었다"며 '문' 열어 둬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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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 간 ‘핵 담판’ 결렬 배경을 다소 상세하게 소개했다. 당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 핵 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한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추가 폐기를 독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핵 담판에서 ‘영변 핵시설’에 더해 +알파(α)를 요구한 사실은 알려진 바 있으나, ‘5곳’이라고 구체적인 핵 시설 숫자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노이 핵 담판 이후 북·미 대화가 교착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현 상황의 책임을 북한 측에 돌리려는 속내로 읽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2차례에 걸친 ‘발사체 도발’에 대해선 입을 다물면서 ‘실험은 없었다’고 수차례 강조, 북·미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강온 양면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5곳 수치 공개의 의미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시설 관련 언급은 이날 이뤄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도중 나왔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쑥 북한과 관련,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을 떠날 때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핵시설) 1∼2곳을 없애길 원했다. 그렇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 ‘나머지 3곳은 어쩔 것이냐’고 했다. ‘그건 좋지 않다. 합의하려면 진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하면 2차 핵 담판 당시 북한이 연병, 풍계리 등 대외적으로 드러난 핵 시설 폐기만 고집했기 때문에 결국 결렬로 귀결됐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널러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결렬 직후 하노이에서 진행한 회견에서 ‘영변보다 +α를 원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더 필요했다”며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공개한 바 있다.

다만, ‘5곳’이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한 건 여러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미 교착이 길어지면서 미 의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을 북한 측으로 넘겨야 한다는 복안일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 대외정책인 북핵 문제가 도돌이표를 지속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선(先) 완전한 비핵화 후(後) 제재해제’를 목표로 한 ‘빅 딜’(big deal)을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김 위원장의 ‘선 핵 포기 기조 철회’를 통한 ‘연말 핵 담판 시한’ 제시 압박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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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꼽은 5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긴 어렵다. 미국 정보당국이 직접 파악한 숫자일 수도, 아니면 평소 수치를 과장하는 언행에서 볼 수 있듯, 불쑥 내뱉은 허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우라늄 농축시설 등만을 포함한 것인지, 아니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설이나 관련 연구기관까지 지칭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北발사체 언급 안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끈을 놓은 건 아니다. 우선 최근 두 차례의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북한의 발사체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도 섞여 있었겠지만, 북한을 더는 자극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향후 ‘톱 다운’(Top-Down) 방식의 대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의미다.

이 같은 분석은 ‘실험은 없다’(no test)는 그의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핵 실험이 있었고 줄곧 미사일이 발사됐다.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과거를 회고한 뒤 “그러나 그들은 지난 2년 동안 어떤 실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차트를 보면 실험 24건, 22건, 18건, 그리고 내가 취임하고 나서 잠깐은 꽤 거친 말을 주고받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실험이 없었다(No Test)”고 했다. 자신의 취임 이후 조성된 ‘대화 국면’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억제한 점을 최대 외교 치적으로 내세웠던 기존 입장을 반복한 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