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여성 몸 ≠선정성’ 그릇된 기호 바로잡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상 선정성 표시 픽토그램

“왜곡된 성관념” 잇단 제기

영등위, 새 디자인 마련 중

경향신문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옆으로 비스듬히 앉은 여성을 ‘선정성 등급’ 이미지로 사용하는 픽토그램(왼쪽)에 대한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선정성 표시에 손과 남녀의 성별기호를 함께 넣은 픽토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영화 관람 등급을 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홈페이지에서 ‘선정성’ 등급을 표시하는 픽토그램은 옆으로 비스듬히 앉은 여성이다. 가슴과 엉덩이 같은 신체 부위의 굴곡을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사이트의 노출 등급을 알릴 때 사용하는 홈페이지상 픽토그램도 여성 속옷이다.

픽토그램은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다. 비상구나 화장실, 도로교통 표지판 같은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같은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 문자’다. 정부 산하기관의 픽토그램은 성별 고정관념과 몸에 대한 왜곡을 강조한다. 일상의 이모티콘도 고정관념에 기반해 만들어진 게 많다.

일각에선 작품 선정성을 표현하려고 여성 신체를 부각하는 것은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의전화 김수정 활동가는 “여성의 몸을 선정적이고 야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남성의 몸은 이런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정관념”이라고 말했다. 영등위 홈페이지에서 ‘공포’를 나타내는 표시는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연상케 하는 놀란 사람의 얼굴, ‘폭력’을 나타내는 표시는 주먹 모양이다. ‘선정성’과 다르게 성별 구분이 없다.

지난해 영등위에는 선정성 픽토그램에 대한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 영등위는 2009년 이후 10년째 사용하던 픽토그램을 수정하기로 했다. 영등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국민신문고로만 10건 내외의 민원이 접수됐다”며 “내부 논의 끝에 디자인을 바꾸기로 해 지금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픽토그램을 바꾸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영화비디오법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교체될 디자인을 연구 용역에 맡긴 상태이지만, 시행령까지 바뀌어 새로운 픽토그램이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 속옷’을 노출 등급 픽토그램에 사용하는 방심위는 수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상 사용이 많은 이모티콘도 왜곡된 성별 이미지가 사용되곤 한다. 삐지거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전할 때 이모티콘은 주로 여성 이미지다. 영등위, 방통위의 픽토그램도 이러한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해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성별을 부각하지 않고 작품의 선정성 등급을 알릴 수 있는 기호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쓰는 선정성 표시 픽토그램은 ‘성별 기호 표시와 손’ 모양으로 성 중립적이다. 여성민우회 최진협 사무처장은 “성적 대상화의 대상을 여성으로 특정한 것은 문제”라며 “현재 문제의 픽토그램에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상상력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박채영 기자 goji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