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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안전 민원 ‘뺑뺑이 돌리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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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8년 됐지만…부실한 법령·부처들 행태 그대로

춘천 일부 골재장 방사능 검출

원안위·환경부·국토부·지자체, “우리 소관 아니다” 떠넘기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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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뒤 8년이 지났지만 안전 여부를 묻는 민원에 정부 부처의 책임회피식 ‘뺑뺑이 돌리기’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강원도 시민단체인 춘천생활방사능감시단(방사능감시단)에 따르면 춘천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강암 기반 골재의 방사선 수치에 대한 민원에 원자력안전위원회, 환경부, 국토교통부, 춘천시 등 관계 부처와 지자체들은 모두 다른 부처 소관업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 단체가 지난해 춘천 시내 골재장 두 곳에서 방사선 수치를 측정한 결과 시간당 551~838n㏜(나노시버트·방사선의 단위)가 검출됐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권고한 시간당 피폭량(100n㏜)보다 5~8배 높은 수준이며 다른 지역 골재의 3배가 넘는 수치였다. 방사능감시단은 이후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안전성 여부를 묻고, 골재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골재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대한 법령이 없으며 건축물 내부 등 실내 공기질에 대한 문제는 환경부 소관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이어 환경부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환경부는 실내 공기질 관련 법령에는 골재에서 나오는 방사선 관련 기준이 없다며 원안위나 원자력안전기술원 소관이라고 답했다. 방사능감시단이 춘천시에 골재 유통 중단을 요구하자 춘천시는 골재 관련 인허가는 국토부 소관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골재 위해성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정부 부처들의 행태는 8년 전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 관련 민원에 대해 관계 부처들이 보여준 행태와 비슷하다.

2011년 5월 한 시민이 세퓨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안전성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자 정부 부처들은 보건복지부, 식약청(현 식약처), 국민권익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민권익위, 식약청의 순으로 책임을 줄줄이 떠넘겼다(경향신문 2016년 8월16일자 보도). 이 민원이 제기된 것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판매를 중지시키기 6개월 전의 일로 정부 부처들의 행태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춘천 골재 문제에서도 정부 부처들의 책임회피가 강원도민들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태현 강원대 법대 교수는 “춘천 골재 문제의 경우 법령상으로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더라도 방사선 문제는 원안위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자명해 보인다”며 “원안위가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전 기준이 없는 경우 관련성이 큰 부처가 컨트롤타워가 돼 다른 부처들에 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하는 등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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