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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찌, 이번엔 94만원짜리 터번…시크교도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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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시크교도들 "터번은 단순한 액세서리 아닌 종교적 상징물"…"비싼 가격도 터번의 의미와 맞지 않아"]

머니투데이

최근 구찌가 내놓은 '인디 풀 터번' /사진=@SinghLions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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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790달러(약 94만원)짜리 터번을 내놓아 시크교도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구찌는 최근 '인디 풀 터번'이라는 파란색 천으로 만든 터번 제품을 선보였다. 이는 전세계 수백만 시크교도들이 쓰는 터번과 디자인이 거의 똑같아 이들의 분노를 샀다.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결국 해당 제품을 웹사이트에서 내리고 "종교적이고 문화적 상징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구찌는 아직까지 어떤 입장발표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다.

시크교도들이 구찌에 분노한 이유는 그들에게 터번은 단순한 패션용품이 아니라 종교적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시크교도들에게 터번은 마음대로 썼다 벗었다 할 수 있는 장신구가 아니라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이는 터번이 단지 액세서리로 소비되어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게다가 터번은 시크교도들의 가장 눈에 띄는 표식이다. 터번을 쓴 시크교도들은 공격, 차별, 왕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시크교도는 트위터에 "우리는 터번을 써서 공격받고 죽임을 당하는데 이제 기업들은 터번으로 돈을 버는 건가"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구찌 터번의 비싼 가격 또한 문제가 됐다. 터번은 원래 사회적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평등의 가치를 나타내기 위해 인도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 이러한 터번을 790달러라는 고가에 판매하는 것은 그 의미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것. 한 시크교도는 "터번은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보다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평등의 표시"라며 "왕족의 표시였던 것을 가져다가 일상복으로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접근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구찌는 지난 2월 흑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스웨터를 내놓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구찌는 논란이 되자 즉각 사과성명을 내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CNN은 석달만에 또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구찌에 대해 "지난 2월 흑인비하 논란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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